요즘은 아이가 한, 둘밖에 없는 가정이 많아서인지 끔찍이도 자기 자식만을 위하는 부모들을 쉽게 접하게 된다. 공연장에서도 그런 모습을 자주 보는데, 가끔 도가 지나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내가 이끄는 서울발레시어터는 지난해 2월 과천시민회관에 입주한 이후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공연을 자주 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공연장 에티켓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정말 속 시원한 책을 한 권 읽게 됐다. 김기덕의 '업그레이드 사회 못 되는 70가지 이유'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고쳐야 할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5월 '가족발레'를 공연하던 날의 일이다. 모처럼 관객의 입장이 되어 공연을 한 번 봐야지 하고 2층 객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객석의 조명이 완전히 꺼지고 막 공연이 시작되려는 순간 옆 자리의 아이가 갖고 있던 야광 막대기의 불을 켰다. 그 바람에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무대가 아닌 그 막대기로 쏠리더니 급기야 한 아이가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이 아빠가 공연이 끝나고 나서 사주겠다고 몇 번이고 달랬지만 아이는 당장 사 달라고 떼를 썼다. 사실 그 동안은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그냥 참고 지나치곤 했는데 방관하는 자세도 우리 사회가 업그레이드가 안 되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이 책에서 읽고 깨달은 바가 있어서 아이 엄마로 보이는 사람에게 공연 관람에 방해가 되니 불을 켰다 껐다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나를 아래위로 훑어볼 뿐 대꾸도 하지 않는 게 아닌가. 한 쪽 발은 아예 신발을 벗고 의자 위에 올려놓은 채 말이다. 막무가내로 조르던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물까지 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부모는 그제서야 억지로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몇 년 전 일본 공연을 갔을 때 전철에서 아이가 울기 시작하자 아이 엄마가 몹시 당황하고 미안해 하면서 바로 다음 역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란 적이 있었다.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빵과 음료수를 먹다가 엄마가 쓰레기를 버리려고 쓰레기통 쪽으로 가자, 자기가 앉았던 의자를 안으로 밀어놓고 엄마 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다.
당연한 일을 가지고 왜 이렇게 감동을 받는 걸까? 나만 편하면, 나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작은 일이지만 하나씩 고치고 바꿔 나갈 수 있다면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아이들이 더 아름답고 업그레이드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김 인 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