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이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서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을 넘겨받아 돈세탁을 총지휘했다고 밝힌 김영완(金榮浣·50)씨는 평소 자신의 신변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등 철저히 베일에 가린 채 활동해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특검 조사가 시작된 직후인 3월20일 미국으로 출국한 김씨는 평소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임직원들과도 업무 이외의 사적인 대화는 피할 만큼 폐쇄적인 인물로 알려졌다.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미국 영주권자로 알려진 김씨는 운전기사들에게 이웃 주민들과 농담도 나누지 못하게 할 정도로 '철저한 보안'을 요구했으며, 이를 어기는 기사는 가차없이 해고하는 바람에 운전기사가 수차례나 바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를 4년전부터 알고 지냈다는 J& C캐피탈 관계자는 "김씨는 회사 직원들이 자신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싫어할 정도로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며 "이 때문에 돈세탁에 동원할 만큼 친하게 지낸 직원들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고급주택가에 위치한 자택 주변에 사설경호원 5∼6명을 둘 정도로 유별나게 보안을 중시했으며 동사무소 서류에도 사진이 없는 상태였다. 평창동사무소 관계자는 "통상 주민등록대장에는 사진이 부착돼 있어야 하는데 김씨의 것에는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사진이 뜯겨져나간 흔적만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김씨의 자택에는 김씨가 출국한 직후 가족들마저 종적을 감춰 운전기사들만 드나들고 있다.
호방한 성격에 정·재계와 언론계 등에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씨의 인맥과 재산형성 과정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김씨의 서울 J고교 동창들에 따르면 김씨는 1978년 K대 졸업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연락이 끊겼으나 YS정권이 들어선 직후 귀국, 대미 무기중개상으로 활동하며 정계 등에 폭넓은 인맥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 등 주변 인사들은 한결같이 "김씨가 정·관계 인맥과 재산형성과정, 사생활 등에 관해선 극도로 말을 아꼈다"고 말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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