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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감 묻어나는 新무협 추구"/"혈기린외전" 작가 좌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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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감 묻어나는 新무협 추구"/"혈기린외전" 작가 좌백

입력
2003.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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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백(본명 장재훈·38)은 '호설암'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청나라 거상의 파란만장한 삶에 푹 빠져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리 열심히 읽느냐고 했더니 "재미있다"고 했다.'재미'라는 단어는 그의 작업의 신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읽고 쉽게 즐기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소설을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SF나 추리소설 같은 장르가 좀처럼 뿌리를 내리기 어려웠다. 유일하게 유통되는 게 무협이었다. 나는 사람들을 즐겁고 재미있게 해주는 글을 쓰고 싶었다." 6년 여에 걸쳐 쓴 무협소설 '혈기린외전(血麒麟外傳)'(전3권·시공사 발행·각권 1만3,000원)을 완간한 그였다.

'혈기린외전'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 왕일의 무용담이다. 부자집 아들을 대신해 군대에 갔다가 7년 만에 돌아왔더니 집안이 몰락해 있었다. 가족을 돌봐주겠다던 부자가 약속을 저버린 것이다. 가족의 복수를 한 뒤 천하제일의 고수 혈기린의 후계자가 된다. 죽어버린 혈기린을 대신해 무림에 나가 화려한 활약을 펼친다. 영웅이 무림을 위협하는 악의 세력과 싸워 평정한다는 무협소설의 전형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구도다.

"그러나 출발이 다르다. 대의(大義) 대신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극히 개인적 명분으로 시작한다"고 좌백은 '신무협'으로 불리는 자신의 소설 세계를 설명한다. 비약적 구성, 허술한 문체 같은 기존 무협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실감을 살리고 문장을 다듬는 데도 힘썼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설을 쓰는 내내 '협객이란 무엇인가'의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으며, 1부 제목 '협객불망원(俠客不忘怨·협객은 원한을 잊지 않는다)', 2부 '협객불상신(俠客不喪信·협객은 신의를 지킨다)', 3부 '협객불기의(俠客不棄義·협객은 의를 버리지 않는다)'가 그 답이라고 했다.

좌백이 무협소설을 쓰게 된 것은 대학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갔다가 그 자리에서 거절 당했다. 그러면서 고쳐보라고, 습작을 하라고 했다. 무협소설의 고수들 아래서 6개월 여의 수련기간을 거쳤다. 학생 때 2만5,000질의 무협소설을 읽었을 정도이니 열정은 갖추고 있었다. 때마침 무협 시장은 대량 생산과 질적 저하 탓에 침체에 빠져 있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그는 '왼쪽으로 기울어진 잣나무'라는 뜻의 좌백(左栢)이라는 필명으로 1995년 첫 무협소설 '대도오'를 펴내면서 단숨에 '무협의 고수'로 자리잡았다. 그의 작품은 '신무협'과 '구무협'이 갈리는 지점이 됐다.

'혈기린외전'은 하드커버와 소프트커버 두 종류로 나왔다. 하드커버는 개인 독자용, 소프트커버는 대여점용이다. "무협소설은 거의 대부분 대여점에서 소비된다. 대여점 수요로 작품 당 3,000질에서 1만질 정도의 판매가 보장된다. 개인독자의 구매를 부추기겠다는 시도로 하드커버를 내놓았지만 큰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200만부가 팔려나간 김용의 '영웅문' 같은 히트작을 쓰게 되기를 꿈꾼다." 전국의 무협전문 출판사는 60여개, 그중 메이저급 출판사는 5곳 정도이며 '일정한 수요가 보장되는' 무협소설로 장르의 폭을 넓히려는 출판사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좌백은 최근의 무협출판 현황을 전했다.

부인 진산(본명 우지연)도 무협 소설가다. 지난해 진산이 펴낸 '마님 되는 법'에서 남편 좌백은 '마님을 모시고 사는 삼돌이'로 유쾌하게 그려졌다. "마님에게 잡혀 사는 것이 아니라, 손이 남는 사람이 집안일을 하는데 내가 좀더 손이 자주 남는 것"이라고 설명해 준다. 좌백은 가을부터 경희대 국문과 대학원에 진학해 "더 좋은 무협소설을 쓰기 위해 본격 문학 공부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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