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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못자국

입력
2003.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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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길언 지음·이우범 그림 계수나무 발행·7,500원소설가 현길언(63·사진)씨가 성장소설 3부작을 완성했다. '전쟁놀이'와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에 이어 나온 세번째 작품 '못자국'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삼았다. 작가의 고향 제주도에 사는 세철이는 '전쟁놀이'에서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사는 아픔을 겪고,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에서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경험하며, '못자국'에서는 한국전쟁의 상처를 입는다.

세철이는 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형에게 화가 치밀다가도 미군의 폭격으로 부모를 잃은 피난민 친구 유원이와 속내를 나눈다. 어머니의 돈에 손을 대고 시험 문제를 훔쳐보는 세철이에게 형은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헛간 기둥에 쇠못을 박으라고 벌을 준다. 착한 일을 할 때마다 하나씩 못을 빼라고 하지만, 세철이는 끝내 참지 못하고 못을 모두 뽑아버린다. 거기에는 못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전쟁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죄를 짓게 한다. 사람들을 죽이고 상처 입힌다. 못을 빼도 선명한 못자국이 남듯 전쟁의 상처는 지울 수 없는 깊고 큰 자국을 남긴다. 한국 현대사의 상처는 오래 기억된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는 전쟁을 미워하면서도 그것을 겪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들의 처지, 한때마다 전쟁놀이를 즐겼던 철부지 어린아이들의 마음, 자라면서 가족과 사회와의 관계에서 겪게 되는 아프고 안타까운 일을 세 편의 소설에 담았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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