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반목과 갈등, 폭력으로 대립하고 있는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는 원래 한 뿌리에서 나왔다. 성서에 나오는 아브라함(이슬람에서는 이브라힘)은 이들 유일신 종교의 공통 조상이다.9·11 테러 이후 미국 주도의 대 테러 전쟁이 계속되면서 기독교·유대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 간의 갈등이 어느 때보다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지만, 한편에선 이들 종교간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미국 교계를 중심으로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19일 많은 미국인들이 9·11 이후 종교 간의 갈등을 뼈저리게 깨달았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상호 교류를 늘리고 온건한 목소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보도했다.
'아브라함 대화'로 불리는 이러한 움직임은 이들 세 종교의 뿌리인 아브라함을 재 조명하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공통분모와 이해의 기반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애틀랜타 종교연맹'은 지난해 가을 세 종교의 신도들이 함께 참여하는 터키 순례여행을 주선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지만 행사가 끝날 무렵에 참가자들 모두 매우 친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처음에는 인내심이 필요했으나 점차 감사와 존경, 믿음이 싹텄다"고 참가자들은 말했다.
'아브라함: 세 종교의 중심으로의 여행'이라는 책을 쓴 브루스 파일러는 관심 있는 단체들에 토론 거리를 제공해주는 '아브라함 살롱'을 운영 중이다. 2개월 만에 도서관과 서점, 개인, 종교단체들로부터 500여 건의 요청이 쇄도하고 웹사이트를 통한 관련 자료의 다운로드도 5,000건을 넘었다.
워싱턴 유대교 공동체의 랍비인 브루스 루스틱은 "9·11은 모든 종교 가 온건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상기시켜 주었다"며 "사람들 마음 속에 극단주의의 목소리가 자리잡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아브라함 서밋'이라는 행사를 주도했으며, 참석자들은 이후에도 꾸준한 모임을 갖고 있다.
올 2월에는 미국 이슬람협회의 제안으로 파키스탄에서 이슬람 테러조직원들에 의해 살해된 월스트리트 저널의 다니엘 펄 기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한 이슬람 지도자는 이 행사에 유대교 복장으로 참석해 종교간 반목 해소를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중동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 같은 화해 노력은 여전히 미약한 움직임에 머물고 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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