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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남북 철도연결을 보면서

입력
2003.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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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가 쉬었던 지난 주 토요일 휴전선 동서 양단에서는 역사적인 일이 있었다.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철도를 연결하는 행사였다. 다음다음 날인 월요일 아침 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행사 기사가 너무 담담하게 처리되었던 것이다. 1면에 사진만 났거나, 2면 또는 사회면에 간략한 스트레이트 기사만 실렸다.50년 넘게 끊겼던 국토의 대동맥이 이어졌다는 의미도 크지만, 이어진 철로 위로 국군과 인민군 장교들이 웃으며 걸어가는 모습을 전하면서, 어떻게 그런 편집을 할 수가 있는가. 뉴스 가치판정의 속성상 묵은 기사는 뒤로 밀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옛날 같으면 당연히 호외 거리였을 역사적인 사건을 그렇게 취급하다니….

행사는 양측 관계자들이 레일 이음매 장치를 고착시키고 그 의미를 선언한 간단한 이벤트였다. 장관급 참석행사로 하자는 북측 제의가 거부돼 행사의 격이 떨어진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행사 준비과정에서 보도된 남북 군 관계자 접촉 장면은 예사 일이 아니었다. DMZ를 넘어와 공사현장을 답사하는 인민군들 모습을 보면서 6·25의 참극을 떠올린 사람이 나 혼자였을까. 붉은 줄로 장식된 인민군 군관모자의 네모 꼴은 '북한 괴뢰군'의 상징이 아니었던가. 그 모자를 쓰고 우리 측 관리구역으로 넘어온 그들이 남측 장교의 브리핑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달라진 세상의 상징이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철도연결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6·15 남북 공동선언 3주년 기념 공식행사가 남쪽에서 생략된 일이다. 일요일인 이날 민간단체 들은 도라산 역에서 기념행사를 가졌으나, 노무현 대통령은 안보 팀과 함께 골프를 쳤다. 전임자가 한 일이지만 화해정책의 계승을 선언한 이상 조촐하게나마 기념하고 넘어가는 것이 도리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북측은 민족통일 대축전, 과학토론회, 예술공연 등 다양한 행사로 평화공세를 폈다. 국제여론을 의식한 제스처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말끝마다 평화와 대화를 외쳐온 우리가 그렇게 무신경했던 것은 잘한 일이 아니다. 북쪽이 더 평화지향적이라고 국제여론이 역류한다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비록 전 구간 복원이 아니라 해도 남북 철도 연결의 의미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보수 논객들은 전쟁의 위험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지도 않은 남북철도 연결을 부각할 필요가 무어냐고 묻고 있다. 그것으로 남북 철도가 완전히 이어진 것도 아닌데 떠들 것 없다는 말이다. 더 과격한 주장에는 6·15 합의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까지 있다.

그러나 전쟁의 위험이 크면 클수록, 복구공사 미착공 구간이 길면 길수록, 철도연결의 의미는 강조되어야 한다. 비무장 지대가 어떤 곳인가. 반세기동안 인간의 통행을 거부해 야생동물 천국이 된 곳이 철길로 이어진 것은, 인체로 말하면 끊어진 동맥의 봉합이다. 가장 중요한 부위가 이어졌으니 남은 구간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북한 핵 문제가 꼬여가는 가운데 쉰 세번 째 6·25가 돌아오고 있다. 그 이틀 뒤에는 제7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리며, 다시 이틀 뒤는 서해교전 1주년이다. 지금 서방 강대국과 아시아 인접국가 들은 북한 압박을 가속시키고 있다. 우리까지 나서서 북을 몰아붙인다면 그들은 정말 막 나갈지도 모른다. 북한 외무성은 18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 조선 고립 압살 전략에 대한 정당방위 조치로 핵 억제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인질을 잡고 흉기를 휘두르는 범인의 가족과 같은 입장이다. 아니, 잡혀있는 인질 신세이기도 하다. 범인이 스스로 사살당할 위험을 느끼도록 꾸준히 설득하고, 흉기를 내려 놓기를 기다리는 일 밖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언가. 경찰이 총을 쏘지 못하게 하려면 인질이 적극적으로 호소할 수 밖에 없다.

문 창 재 논설위원실장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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