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노조가 이틀째 격렬한 파업을 벌였다. '삭발' 파업으로 대다수의 조흥은행 영업점포가 문을 닫아 업무가 마비되고, 거액의 예금인출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조흥노조와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극렬한 총파업"과 "은행 전산시스템의 가동 완전 중단"을 경고한 바 있다. 거의 경고대로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노·정(勞·政)의 극단적 충돌을 염려하게 된다. 이번 파업은 2000년 국민·주택은행 합병 시 파업 등과 비교해도 여간 강성이 아니다.조흥노조와 한국노총은 막대한 공적 자금 투입으로도 경영에 실패한 이상, 이제라도 명분 없는 파업을 중단하고 보다 확실한 고용승계 등을 보장받는 현실적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민주 양 노총은 이달 말부터의 총파업도 선언한 바 있다. 궤도노조와 철도노조는 24일부터 공동파업에 돌입할 예정이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강행에 반대하는 전교조도 21일 연가투쟁을 앞두고 있다. 다시 금융·교통·교육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노총이 이번 조흥 파업에서 전례 없이 강성을 보이는 것을 민주노총과의 힘 겨루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조합원 수에서 한국노총은 56%, 민주노총이 41%로 격차가 많이 줄었다. 한국노총은 조흥 파업 농성장에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노사정위를 탈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강경투쟁도 민주노총에서 보던 방식과 유사하다.
양 노총이 조흥 파업을 '하투(夏鬪)'의 기폭제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고용보장에 불리하지 않도록 협상을 도와야 한다. 노총의 강경노선은 '친노(親勞)' 비난을 감수해온 새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 뿐이다. 또한 지금 우리 경제는 양 노총의 총투쟁을 견뎌낼 형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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