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넬리 예텐마이키(48) 핀란드 총리가 18일 취임 2개 월여 만에 사임했다.중도당 당수로 3월 16일 총선에 승리해 중도―사민당 연립정부 총리로 선출된 그녀의 사임은 이라크 전쟁 관련 비밀 메모를 둘러싼 스캔들 때문.
총선 당시 그녀는 집권 사민당의 리포넨 총리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회담 내용을 담은 비밀 메모를 입수해 "사민당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정책을 무조건 추종하고 있다"고 공격, 반전 여론이 비등한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 사민당 정부는 당시 비밀 문건인 이 메모를 선거에 이용한 것에 분개하며 "예텐마이키 당수가 이라크 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멋대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메모 유출 과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경찰은 문건의 유출자로 알려진 사민당 출신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의 보좌관에 이어 지난 주 예텐마이키 총리도 조사했다. 그녀는 자신이 문건을 받은 적이 없고 브리핑 자료에서 관련 내용을 보았다고 해명했으나 문건을 유출한 대통령 보좌관은 총리가 문건을 요청했다고 주장해 궁지에 몰렸다.
그녀는 사임 하루 전 의회에서 자신이 잘못된 해명을 함으로써 앞뒤가 맞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음을 시인했다. 결국 총선 승리를 가져다 준 문건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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