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시 제철남초등학교의 모든 학생과 경기도 안산시의 성포초등학교 3학년 7반 어린이들은 특별한 돈을 쓴다. '러클릭'(러브클릭)과 '리치(rich)'란 단위의 가상화폐다.두 곳의 화폐 단위와 운영 방법은 다르다. 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한 제철남초의 박보영 교장 선생님과 성포초 김용규 담임 선생님이 밝히는 도입 배경은 똑같다.
"어떻게 하면 보다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경제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입니다."
가상 화폐라고 거저 얻는다고 생각하면 오산. 선생님께 10번의 칭찬을 받아야 50러클릭의 '소득'을 얻고, 각종 대회에서 학교의 명예를 높여도 50러클릭을 넘지 않는다.
이 돈은 학교 내에서 실제 경제활동을 체험하는데 쓰인다. '마당 흥정놀이(경매)' 하면서 학급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다. 경매 물품은 학교에서 내놓는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한정된 자원(돈)으로 꼭 필요한 물건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소비를 자연스럽게 배운다"고 한다. 벼룩시장에서도 쓰인다. 졸업하면 후배들에게 '기부'를 한다.
성포초등학교 3학년 7반 어린이들은 일주일에 2,000 리치의 '용돈'을 받는다. 하지만 부지런히 일하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된다. 세금, 벌금, 급식 값으로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 이 학급엔 청소 당번이나 급식 당번이 없다. 리치를 벌고 싶은 사람이 자원해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이들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중요한 진리를 체험한다. "땀흘려 일해야 돈을 얻는다는 이치를 자연스럽게 배운다"는 게 김용규 선생님의 말이다. 소비도 한다. 교과서를 갖고 오지 않거나 친구와 싸우면 300리치 씩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음식물을 남기면 500리치.
선생님과 데이트하는 상품도 있다. 가상 화폐를 쓰면서 선생님의 할 일은 갈수록 줄어든다고 한다. 리치를 모으기 위해 학생들 스스로 할 일을 챙기기 때문이다. 시장 경제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국민들의 자율성이 높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닮아있다.
두 학교의 모습은 학교 경제교육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경제는 지금처럼 개념이 아니라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체험적 경제활동'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체험적 경제활동'에서 '돈'은 단순한 거래 수단이 아니라 질서와 기준, 자율을 가져오는 의식의 변화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제도가 널리 퍼지길 기대해 본다.
/어린이경제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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