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직후인 1999년 회사의 구조조정에 떠밀려 퇴직한 최모(55)씨. 마음은 청년이지만 어느 일터에서도 선뜻 받아주는 곳이 없어 몇 년동안 생계에 쪼들리다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을 수 있는 조기노령연금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민연금의 연금수령 연령은 60세부터지만 조기노령연금은 5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씨는 국민연금 상담원과 상담을 한 결과 조기노령연금을 받는 게 과연 유리한 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못해 연금신청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최씨가 55세에 연금을 신청할 경우 60세에 받는 기본연금의 75%를 받게 되고 56세는 80% 등 연금신청 연령이 올라갈 때마다 5%씩 높아져 59세에는 95%를 받는다.
88년 이후 11년 동안 440여만원을 납부한 최씨가 55세인 올해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는 경우 받게 되는 연금은 16만4,500원. 반면 60세까지 기다릴 경우 21만4,800원을 받게 된다. 총액개념으로 어느 쪽이 유리한 지는 최씨의 수명에 달려 있다. 만약 55세에 신청해 65세까지 생존할 경우에는 총 1,974만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60세에 신청한다면 700만원이 모자란 총 1,290만원을 받게 된다. 70세까지 생존시에도 55세에 신청하는 것이 60세 신청보다 4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지만 기대수명인 76세까지 가정하면 오히려 60세부터 연금을 받는 게 총액으로 수백만원정도 더 받게된다.
최씨처럼 당장 생계비가 급한 처지일 경우 조기노령연금 신청이 여러모로 유리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는 경우 패널티가 있다. 일정한 소득이 생길 경우에는 연금지급이 중단되고 연금보험료를 내야 한다. 또 65세 이후 연금지급이 재개되더라도 연금의 100%가 아니라 조기노령연금 지급률(55세 신청인 경우 연금의 75%)이 적용돼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될 수 있다.
국민연금 홍보실 유동환 차장은 "조기노령연금은 장단점을 갖고 있고 개인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유·불리를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다시 일자리를 가질 가능성이 희박하고 당장 생활비가 아쉬운 경우에는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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