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는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삶을 모두 바꾸어 놓았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폭력의 악순환'에 반대하며 평화 전도사로 나섰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의 자폭테러를 순교로 볼 것이냐를 둘러싼 견해 차는 중동평화 협상이 평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영국 BBC 방송은 18일 지난해 6월 예루살렘 외곽 유대인 정착촌에서 19명의 생명을 앗아간 버스자폭테러 사건 1주년을 맞아 당시 출근 길에 목숨을 잃은 이스라엘 여성 쉬리 네가리(당시 21세·사진 위)의 언니 샤론 네가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 버스를 향해 자폭공격을 감행한 하마스 전사 모하메드 알 굴(당시 22세·아래)의 아버지도 인터뷰에 응했다.
"자폭은 순교 아니다"/테러 희생자 언니
쉬리의 언니 샤론은 동생 추모를 위한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편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반테러 운동을 벌이고 있다. 샤론은 18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양측에 있어서 다른 대안(폭력)은 모두 나쁘기 때문에 오로지 평화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자폭 공격자를 영웅으로 여기거나 순교가 최선의 행위라고 가르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쉬리가 숨진 뒤 유일한 소망은 내가 그런 고통을 겪는 마지막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동생을 숨지게 한 테러 이후에도 13건의 버스 테러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언제 테러가 종식되겠느냐?"는 게 샤론의 절규였다. 그는 "1년 전 일만 생각하면 악몽을 꾸는 것 같다"며 "쉬리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간의 잔혹성 때문에 숨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공포의 지역이 됐다"며 "어떻게 하면 밖에 나가지 않을까, 버스를 타지 않을까, 보다 안전한 길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쉬리를 단순히 '생명의 상징'으로만 여기는 것을 넘어서서 테러가 어떤 나라에서 발생하든 그 심각한 결과를 잘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많은 폭력 불렀다"/자폭테러리스트 아버지
쉬리를 숨지게 한 모하메드 알 굴의 아버지 하자씨는 지난해 버스 테러 사건 직후 "내 아들은 다음 세대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유롭게 살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런 일을 했다"며 아들을 적극 변호했다. 당시 알 굴은 '후손들의 삶을 위해 죽고 죽이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란 메모를 남겼다.
하지만 요즘 하자의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그는 18일 "아들의 행동이 장기적으로 볼 때 팔레스타인 가족들의 평화와 자유를 가져올지 확신할 수 없다"며 다른 뉘앙스의 언급을 했다. 그는 "내 아들이 숨진 뒤 목격한 것은 더 많은 폭력과 유혈 사태였다"며 "우리는 대화 등 다른 방식으로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스라엘 군이 우리들의 집을 공격하고 사람들을 죽이는 것과 함께 팔레스타인의 자폭 공격이 이뤄지는 것은 계속 양측의 반작용을 부를 뿐으로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양측이 서로 공격하고 봉쇄하면 계속 폭력의 악순환을 가져온다"며 평화적 해결에 기대를 표시했다.
요르단강 서안의 2층집에 살던 모하메드의 가족들은 지난해 아들의 테러 사건이 발생한 뒤 급히 이사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 군의 보복 공격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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