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을 대상으로 구축한 포위망을 더욱 단단히 옥죄고 있다. 지난달 한미, 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각각 '추가적 조치'와 '강경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한 이후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의 포위 그물망은 보다 촘촘하고 강해졌다."미국에 북한 핵 문제보다 더 긴급한 사안은 없다"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북한을 다루는 방식을 두고 티격태격하던 조지 W 부시 정부 내 강온 진영이 한 목소리의 대북 압박으로 수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수출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국제적 연대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대북 압박의 직접적 표현이다. 미국은 지난 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11개국 회의에서 부시 대통령이 제안한 WMD 확산방지구상(PSI)의 후속조치를 논의함으로써 육상 해상 공중에서 북한의 선박이나 항공기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했다.
마드리드 회의의 참석국은 미국의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일종의 '이너 서클'이었다. 우선 '믿을 만한'국가들에 각자의 국내법을 적용, 북한의 선박 등에 대한 물리적 제재를 가하도록 한 뒤 점차 연대의 범위를 넓혀가겠다는 것이 미국의 노림수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18일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북한 핵 물질 확산 대처 방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고 말해 조만간 강도 높은 저지책이 가시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 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다시 끌고 가려는 움직임도 탄력을 받고 있다.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미 대사는 이날 "다른 이사국 대표들을 상대로 대북 유엔 안보리의장 성명 채택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소식통들은 중국이나 러시아의 동의를 끌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핵 폐연료봉 재처리에 대한 증거 등이 드러날 경우 이들 국가도 반대를 고집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물론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통로를 닫아버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자회담을 고집하는 미국의 태도는 4월 베이징(北京) 3자회담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미 한·미·일 3국은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에서 차기 회담의 형식을 '5자 회담'으로 못박아 북한에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외길 수순에 대해 북한의 표면적인 반응은 단호하다. 북한은 18일 성명을 통해 "다자회담의 간판이 총성 없는 전쟁을 가리는 연막"이라며 핵 억제력 강화를 거듭 천명했다. 북한이 다자회담 수용 가능성 자체를 차단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강공에 쉽게 손을 들고 나설 수 입장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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