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하면서 나무 내음을 맡고, 차 한잔을 디저트로 마신 후에 곧바로 그녀에게 꽃 한다발을 선물한다면? 레스토랑과 꽃, 나무 등이 어우러진 '플라워 레스토랑'이 도시인들을 부르고 있다. 플라워숍과 레스토랑을 한 장소에 합쳐놓은 듯한 플라워 레스토랑은 자연과 음식이라는 두가지 테마를 복합시킨 멀티컨셉숍. 지난달 웨스틴조선호텔에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플라워 숍을 합쳐 놓은 '베키아앤 누보'가 문을 열었고, '알레', '피어나' 등 기존 플라워 레스토랑에 대한 관심도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숲 속에 카페, 레스토랑 옆에 꽃집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1층의 베키아 앤 누보. '부활한 전통'이라는 뜻의 이 집 입구인 호텔 후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 편으로 플라워숍이, 가운데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존이 마련돼 있다. 그리고 오른쪽은 와인숍과 델리.
화려한 꽃과 식료품, 그리고 와인은 우선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로마의 광장과 같이 원형으로 이루어진 레스토랑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면 꽃향기와 갓 구워낸 빵 냄새가 동시에 코끝에 전해진다. 레스토랑 안쪽에 있는 오픈키친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주방장의 조리 모습을 지켜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 전부원 마케팅 담당 이사는 "한자리에서 럭셔리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게 컨셉을 잡은 곳"이라고 소개한다.
성북동 삼거리의 피어나(peeona). 플라워 카페를 표방하는 이 곳 역시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플라워숍을 합쳐 놓은 복합공간이다. '피어나'라는 카페 이름은 이탈리아어 같지만 실은 '꽃들이 피어나라'는 의미에서 지은 순수 우리말이다. 입구 계단에서부터 가지런히 놓여진 화분들은 이 곳이 플라워 카페임을 말해 준다. 입구에 들어서면 꽃과 화분들이 눈에 들어오고, 플라워 숍을 위한 공간 바로 뒤편 테이블 사이엔 마치 커다란 나무가 심어져 있는 듯 하다. 모두 큰 화분들로 연출한 것. 이 곳에서는 벽에도, 화장실에도 꽃과 나무 장식이 가득하다. 청담동의 플라워 카페 '알레' 이곳도 비슷한 컨셉을 가진 공간이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마다 커다란 나무들이 놓여져 있어 언뜻 보면 식탁이 보이지 않을 정도. 나무를 소재로 한 장식물 '프리저브'까지 조명 인테리어에 활용, 마치 숲 속에 들어선 레스토랑 같다. 입구쪽 공간은 마찬가지로 플라워숍.
꽃과 음식이 함께 하면 좋은 이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 플라워 레스토랑에서는 살아있는 흙과 꽃 등 자연의 향기가 묻어 난다. 자연 그대로 꾸며진 공간에서 식사를 하거나 차 한잔까지 마신다면 금상첨화. 휴식다운 휴식, 안락함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베키아 앤 누보의 김정운 지배인은 "식사후 아내, 혹은 연인에게 꽃 한 다발을 선물하는 것 만큼 낭만적인 일이 있겠느냐"고 말한다. 피어나의 경우 손님의 절반은 꽃을 사려는 손님들이다. 주변에 사는 외국인들이 파티나 장식용으로 꽃을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
꽃이 있는 레스토랑, 카페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1층은 베키아 앤 누보 오픈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식당 '예스터데이'와 델리, 플라워숍이 복도를 경계로 각각 분리된 공간에 따로 들어서 있었다. 특히 뒷 구석에 위치해 잘 보이지도 않던 플라워숍이 입구 정면으로 자리를 옮겼고 세 개의 매장을 서로 오픈된 공간에 조화시킨 복합공간으로 바꿨다. (02)317―0033
1999년 문을 연 피어나는 안주인이 '꽃이 좋아 꽃을 배우다 보니' 플라워 레스토랑까지 하게 된 경우다. 20대 연인이건, 50대 이상 중장년 층이건 나이에 관계 없이 단골 손님들이 꾸준하다. 꽃잎을 안에 넣고 같이 얼려 만든 '얼음 꽃잔'에 아이스크림을 얹어 먹는 것은 이 집의 자랑거리. (02)741―2471
남성복 브랜드 '솔리드 옴므'의 디자이너 우영미 실장과 우장희씨, 플로리스트인 우경미, 우현미씨 4자매가 함께 오픈한 카페 알레는 디자인적 감각과 내추럴한 이미지가 잘 배합돼 있다. (02)3444―4337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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