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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의 컷] 공포 영화 "정보 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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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의 컷] 공포 영화 "정보 샐라"

입력
200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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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박이 과연 잘 익었을까 미심쩍어 하는 사람을 위해 과일 가게 주인은 과감히 식칼로 수박을 삼각뿔 모양으로 잘라 맛을 보게 했다. 때로 수박에서는 식칼에 남은 각종 음식물 냄새가 났지만 그래도 맛보기는 즐거움의 하나였다. 물론 이걸 맛보고 “당도가 2% 부족해” 하고 퇴짜를 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말이다. 요즘엔 그런 가게가 없다.영화도 마찬가지다. 공포 영화는 더욱 그렇다. 마치 속을 따 볼 수 없는 수박을 사는 일처럼 영화 고르기는 적잖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일이다. 리스크가 있다면 피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유독 공포 영화 관객은 리스크를 즐기는 것으로 영화 관람을 준비한다.

공포 영화를 보려는 관객에게 영화에 대한 정보는 곧 ‘스포일러(관람의 즐거움을 망치는 정보)’가 된다. 사실 반전이 있는 공포 영화 만큼 기사 쓰기 힘든 것도 없다. 모든 독자가 잠재적 관객으로 여기고 기사를 쓸 때는 영화의 광고 카피 수준 이상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참을 수 없는 공포…’ 등등. 반대로 영화의 설정을 비교적 ‘말이 되게’ 쓰려고 하면 “당신이 7,000원 물어 줄 거냐”는 등 갖가지 항의 메일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지난 주말(13~15일) 한국 영화로는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장화, 홍련’은 공포감을 극대화한 포스터를 통해 꽤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여기서 잠깐. 백과사전은 공포감을 ‘기쁨 슬픔 노여움과 함께 기본적 정서의 하나로 환경 안의 예기치 못한 돌발적 변화, 그 중에서도 위협적 사태에 대처할 만한 수단이 없을 때’라고 정의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액틱 소파에 정장을 입고 무표정하게 서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비슷한 원피스를 입고 의자에 앉은 소녀가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모습은 공포에 대한 정의 그 자체다. 피 흘리는 자매 뒤에 선 부모의 무표정은 ‘가족’의 정의 자체에 회의를 불러 온다. ‘대체 그 집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하는 의문을 던지는 장면이다. 여기에 고급스러운 의상과 소품은 공포의 수위를 더욱 높인다. 물론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장면이 일종의 ‘속임수’였음을 알게 되지만 말이다.

공포감을 느낄 때,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고 근육이 긴장하며 땀이 나는 자율신경계의 반응이 생긴다. 두근두근, 바짝바짝, 삐질삐질. 이건 짝사랑과 엘리베이터에서 턱 마주쳤을 때와 같은 반응이다. 그렇다면, 공포는 설레임의 동의어? 그러나 둘 다 피로, 우울, 식욕감퇴의 부작용이 있으니 조심하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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