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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내 영화다 직감했죠"/"장화, 홍련"으로 재발견 염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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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내 영화다 직감했죠"/"장화, 홍련"으로 재발견 염정아

입력
200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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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약해 가위도 잘 눌리고 조금만 무서운 소리가 나도 잠을 뒤척였는데, '장화, 홍련'을 찍으면서는 가위도 안 눌리고 쿨쿨 잤어요. 그런 무서운 기운은 다 관객들에게 나눠드려야죠. 하하하."공포영화 '장화, 홍련'(감독 김지운)에서 표독스러움과 신경질적인 웃음소리로 낯선 개성의 새엄마 역을 보여준 염정아(30). 스크린 바깥으로 걸어나온 그의 웃음은 화통하다.

첫 주 기록적인 관객을 동원한 공포영화 '장화, 홍련'은 '염정아의 재발견'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에겐 연기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 작품이 될 듯하다. 1991년 미스코리아 선으로 뽑히고 이듬해 '재즈바 히로시마'로 영화계에 데뷔한 이후 이 번이 다섯 번째 작품. 유명세에 비해서는 과작인데다가, 첫 주연을 맡은 전작 'H'까지 영화배우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얻지 못했다. 그저 미녀 TV 드라마 배우였다.

그러나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이가 있었으니 '조용한 가족' '반칙왕'의 김지운 감독. "그냥 여쭤봤어요. '혹시 할 역할 있어요' 하고." 자신이 무슨 역을 맡을지도 모르고 '장화, 홍련' 제작 소식을 듣자마자 덥석 부탁을 한 까닭은 김지운 감독의 열렬 팬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돌아온 역은 계모였지만 "계모에 대한 편견이 없었고, 내 일생에 다시 안 올 역이란 생각이 퍼뜩 들었다."

계모 역은 이제껏 '여우 같이 생긴 도회적 미녀'라는 좁은 반경에 머물렀던 그녀의 연기 영역을 넓혔다. 긴장하고, 딸들과 반목하고, 폭발하고, 신경질적인 웃음을 터뜨리는 그녀의 연기는 단연 눈에 띈다. 특히 동생 가족을 초대한 자리에서 '미친 여자'처럼 혼자 떠드는 장면은 압권이다. 왜 이런 모습을 전에는 보여주지 않았을까.

김지운 감독은 염정아의 소탈하고 털털한 성격 이면에 극도로 예민한 감수성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남들이 잘 모르는 나를 어떻게 그리 잘 알고 끄집어 냈을까" 하고 염정아는 감탄한다. "작은 변화에 눈동자가 흔들린다거나 조그만 소리와 냄새에 반응하는 것도 남다르다는 거예요. 난 그저 내가 부산스러운 애인줄만 알았는데." 염정아의 이런 예민함은 그대로 새엄마의 캐릭터에 들어오게 됐고, 그는 그제서야 자신의 행동을 의식하고 관찰하기 시작했단다.

그는 지금까지 "운도 안 닿고, 거절 못하는 성격에 목표를 두지 않고 일해온 탓"에 영화배우로서 기억할만한 대표작을 남기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도 큰 아쉬움은 느끼지 못하겠단다. 현재 출연하는 일일드라마 '연인'도 작가(이금림)가 직접 부탁한 일이어서 거절을 할 수 없었다.

호러 연기만 잘 한다는 비판에도 그는 태연하다. " '텔 미 썸딩'에선 내가 큰 배우들에게 파묻혔죠. 'H'에서는 '눈에 힘만 잔뜩 들어가고 연기도 어색하다'고 쓴 기사를 봤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어요. 남들과 똑 같은 눈빛을 해도 내가 하면 더 '센' 거 같아요.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은 제가 착하게 생겼다고 하던데…."

스스로를 "변덕이 심하다"고 말하는 그는 "서른이 되니까 되게 편해요. 결혼 압박감만 빼고 나면"이라며 앞으로도 "머리 끝까지 희열이 올라오는 연기의 쾌감을 위해 살 거"라고 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는 걱정 안해요. 지구가 너무 내 중심으로 돌아가나요? 하하하."

/이종도기자 ecri@hk.co.kr

사진 최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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