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즐겨보는 책 한 권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다. 운송 중인 책이 도난당하자 세계 주요 뉴스로 타전된다. "이 훌륭한 책을 감히 누가 먼저 훔쳐보려 하느냐"는 식이다. 21일 제5권이 발매되는 조앤 롤링(38)의 '해리 포터' 얘기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 최신호(23일자·사진)는 해리 포터를 커버스토리(해리 포터가 끝내주는 이유)로 다루며 '진짜 마법처럼 느껴지는 해리 포터의 매력'을 진지하게 조명했다. 이 잡지는 저자가 어린이들의 세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독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어린이들이 과연 무엇을 무서워하고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기뻐하는지 무엇을 갈망하는지 안다는 것이다.롤링은 자신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들을 쏟아내는 많은 어린이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직도 어른들과 얘기하는 것은 두렵기만 하다"고 털어놓았다.
롤링은 "폭풍이 치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무서워하는 나는 전혀 해리처럼 용감하지 않다"고 고백하며 "내가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용기"라고 말했다.
구식의 둥근 뿔테 안경을 쓴 주인공 해리는 고아다. 현실 세계에서 못된 친척들에 얹혀 살면서 구박을 받는 해리의 모습은 '조금 모자란 아이'에 불과하지만 어른들보다 뛰어난 마법을 지닌 영웅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을 사로잡는다.
해리의 단짝 친구로 엉성한 마법과 가난한 집안 출신 때문에 놀림감이 되는 론, 혈통에 대한 열등감에도 불구하고 당당함을 잃지 않는 헤르미온느 등에서, 어린이들은 바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해낸다. 그리고 자신의 분신이기도 한 이들이 모험을 이겨내는 과정과 그들의 우정을 보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롤링은 17일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해리포터 5편에서 중요한 등장인물이 숨지는 부분을 쓰고 나서 울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아이와 같은 순진함과 함께 책에 대한 작가의 애착이 느껴진다.
아동심리학자 수잔 페레거는 "어른들의 생각과 달리 아이들의 심리는 매우 복잡하며 세상을 아름답게만 보는 것도 아니다"며 "롤링은 이러한 많은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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