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유전학 연구에 10여년을 매달린 집념의 국내 과학자가 학습과 기억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처음으로 규명해냈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53) 책임연구원은 18일 "유전자 조작으로 뇌의 신경세포 유전자인 나트륨·칼슘교환체(NCX-2)를 제거한 생쥐를 실험한 결과, NCX-2 유전자가 기억과 학습 능력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신 박사의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뉴론(Neuron)' 19일자에 게재됐다.
신 박사는 "NCX-2 유전자는 신경세포 속의 칼슘을 세포 밖으로 퍼내는 기능을 하는데 이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의 학습과 기억 능력이 일반 쥐보다 2배 이상 향상됐다"며 "NCX-2 유전자 기능을 조절하는 약물을 개발한다면 학습과 기억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사람이 기억과 학습 활동을 하려면 뇌 해마(海馬) 부위의 신경세포 속의 칼슘 농도가 높아져야 한다는 정도만 밝혀졌는데 이번 연구로 칼슘 농도 조절을 하는 핵심 유전자가 NCX-2라는 것이 증명됐다.
신 박사는 NCX-2를 제거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연구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 유전자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박사는 '뇌 신비'를 밝혀내기 위해 특정 유전자를 없앤 생쥐를 이용해 뇌 신경 기능을 알아내는 생쥐유전학에만 10년 넘게 매달리고 있는 집념의 과학자다. 그는 과학자로서는 특이하게 서울대 의대를 졸업(1974년)한 의사출신으로, 미국 코넬대 의대 대학원에서 유전학을 전공해 박사학위(1983년)를 받았다.
MIT 생물학과 교수로 있다가 1991년 '어느 곳에서 연구하든 과학자로서의 길은 같다'는 평소 신념대로 포항공대 교수직을 맡아 귀국했다. 이때부터 생쥐유전학에 매달린 신 박사는 1997년 과학기술부 창의연구 과제인 '학습·기억현상연구단'을 맡아 네이처, 뉴론 등 권위있는 학술지에 연구를 발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2001년 그는 오랜 세월 공들인 포항공대 연구실을 미련없이 떠났다. 학제간 연구를 위해서는 다른 연구팀이 가까이 있는 서울이 좋다는 판단에서 제자들을 이끌고 KIST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그는 뇌 신비를 밝히는 연구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나가는 과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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