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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메이커]작곡가겸 음반제작자 김 형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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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메이커]작곡가겸 음반제작자 김 형 석

입력
200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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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는 노래를 잘 해야죠. '기획의 승리' '홍보의 승리' 하며 노래 못 하는 가수를 스타로 만드는 것은 대중에 대한 '사기'입니다."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가수들은 대중의 눈높이를 떨어뜨리고 음악을 문화가 아니라 단순한 오락으로 전락시키고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가수들이 TV에서 노래는 않고 코미디언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작곡가 김형석(37). 그는 노래보다 반반한 얼굴과 춤으로 행세하는 가수와 기획사들에게 직격탄을 날린다. "지금의 음반시장 불황이 실력 없는 가수들을 도태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박진영 임창정 솔리드 김건모 신승훈 박미경 유승준 성시경 조성모 등 그의 곡을 받아 노래 한 스타들은 가창력을 인정 받는 '진짜 가수'들이다.

김형석의 이름 앞에는 흔히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많은 히트곡 때문만은 아니다. 작곡과 편곡 능력 외에 음반제작,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영역이 따로 없는 폭 넓은 음악성, 음반제작자로서의 사업수완 등의 종합평가에 따른 것이다.

그는 96년 자신이 설립한 음반기획사 '2게더4에버'의 프로듀서겸 이사, 드라마 올인의 OST 수록곡 등을 판매하고 있는 모바일 컨텐츠 공급업체의 주주이면서 최근 가수 성시경의 수익사업을 전담하는 'MU2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었다.

김형석은 본래 클래식 출신이다. 그러나 한양대 작곡과 재학때 같은 과 선배인 유재하(87년 교통사고로 사망)의 노래가 좋아 대중음악에 흥미를 갖게 되고, 동물원 멤버들과 친해져 녹음실을 드나들다 89년 김광석이 솔로를 시작할 때 '사랑이라는 이유로'를 써 주고 인순이에게 '이별연습'이란 곡을 주며 본격적으로 이 쪽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리고 김건모가 부른 '첫인상'이 TV 가요프로그램에서 5주 연속 1위를 하면서 작곡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재미동포 출신 3인조 R&B 그룹 솔리드와의 만남은 그에게도 행운이었다. 1집을 실패하고 94년 2집을 준비하는 그들 3명의 노래를 아카펠라로 듣고는 숨이 멎을 듯한 충격을 받았다. 당시 국내 가요계에 상륙하지 않았던 R&B는 창법이 무한하고 화성과 리듬에 변화가 다양한, 공부할 게 많은 장르였다. 이들에게 만들어 준 '이 밤의 끝을 잡고'는 발표되자 마자 선풍을 일으켜 160만장의 음반 판매를 기록했다.

김건모의 백댄서를 하던 박진영은 김형석을 사부로 모시며 1,2집을 낸 후 독립, 자작곡으로 6집까지 내고 지금은 스승을 위협할 정도의 대표적 프로듀서이자 사업가로 성장했다.

임창정은 1,2집에서 별 반응을 못 얻다가 김형석의 곡 '그 때 또 다시' 를 불러 히트쳤다.

베이비복스가 '야야야' 'Get Up' 'Killer' 'Missing You' 등으로 2∼5집을 내고, 유승준은 '나나나'의 3집으로 스타반열에 올랐다. 이밖에 성시경 유리상자 보아 박용하 죠앤이 김형석을 만나 1집을 낸 가수들이다.

탤런트 박용하는 SBS 인기드라마 '올인'의 주제가 '처음 그날처럼'을 부른 행운의 주인공.

김형석이 곡을 만들어 놓고 노래에 맞는 목소리를 찾던 중 옆에서 1집 준비를 하던 박용하가 슬그머니 곡을 베껴다가 연습, 녹음 테이프를 제출했다. "노력이 가상하고 노래도 괜찮아 박용하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게 김형석의 설명.

그는 항상 재능이 60, 본인의 노력이 40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신인을 뽑으면 6개월을 두고 보고, 능력이 있어도 열심히 안 하면 기회를 주지 않는다. 데뷔하고 나면 방송출연과 CF, 각종행사로 연습시간까지 부족해져 노력 안 하는 가수는 단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형석을 가장 감동시키는 가수는 솔리드 출신 김조한. 천부적 재능을 갖추고도 밥 먹을 때고, 길을 걸을 때고 항상 자신이 준비중인 음악을 흥얼거리며 몰입해 있다.

김형석의 '처음처럼' '내게로 오는 길'로 2001년 최고신인이 된 성시경은 가수 경력이 2년밖에 안됨에도 재능과 노력을 인정 받아 박진영 김조한 다음으로 작곡과 프로듀서 훈련을 받는 애제자가 됐다.

김형석은 명문대생(고려대 사회학과)에다가 귀공자 타입인 성시경이 음악을 대충하다 그만 둘 줄 알았으나 '깜짝 놀랄 정도로' 피아노를 잘 치고 어려운 곡도 잘 이해하는 데다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할 것'이라는 각오를 보여 깊은 인연을 맺게 됐다고. 성시경은 전 소속사와의 계약이 끝나며 여러 곳에서 10∼20억원의 계약금을 제의 받았으나 모두 거절, 2년 6개월간 3장의 앨범을 내는 조건으로 계약금 한 푼 없이 김형석 사단으로 들어갔다. 김형석은 성시경이 엘튼 존이나 빌리 조엘처럼 멋지게 피아노를 치며 자작곡을 부르는 모습을 그리며 "가수로서 최고 단계에 올랐지만 이제는 아티스트로 톱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최근에는 처음 손 잡은 조성모의 5집을 기존의 조성모 노래와는 다른 밝은 분위기로 제작해 히트시키고 있다.

김형석의 풍부한 음악성은 환경이 바탕이 되었다. 아버지도 작곡과 출신의 고교 음악교사이고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는 집에서 피아노 3대로 대학 입시생을 가르치는 레슨 강사였다.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한밤중과 새벽에 입시생들의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자고 깼으며 일찍이 피아노를 배웠다. 그러나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것을 경계한 아버지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 후에는 집에서 피아노를 못 만져 교회의 피아노를 치고, 결국 대학도 아버지 모르게 작곡과를 지원했다. 하지만 준비부족으로 한차례 낙방한 후에야 레슨비를 받아 정식으로 화성학 등 작곡과 입학에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작곡을 전공한 것이 지금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음악은 언어와 같다. 작곡과에서는 언어에 필요한 문법을 배우는 것이다. 문법을 배우지 않아도 말을 할 수 있지만 문법을 배움으로써 좀 더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음악의 분석을 공부했으므로 응용력이 생겼고, 여기에 영감을 집어 넣음으로써 대중음악의 여러 장르를 소화해 낼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내 일은 작곡가와 프로듀서로서 가수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무엇인가' 하는 회의가 생기고 내 자신에게 미안해진다. 개인 프로젝트 앨범을 내고 뮤지컬과 드라마 음악을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특히 젊은이 문화를 이해해야 가능한 대중음악을 중년이 넘어서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틈틈이 뮤지컬과 영화음악을 하고 있다."

김형석 사단의 가수들이 참여해 3집까지 만든 개인 프로젝트 앨범 'AC+E'는 어쿠스틱(acoustic)과 일렉트릭(electric)의 약자로, 가수나 제작자의 어떤 요구도 없이 자유롭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아우르겠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뮤지컬은 '스타가 될 거야' '겨울 나그네'에 이어 세번째로 '구미호'를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그의 곡은 지금 중화권에서 폭발적인 위세를 떨치고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상하이 홍콩 대만 등지에서 개봉된 것을 계기로 'I believe'는 현지 가수들사이에 리메이크 경쟁이 붙어 각종 차트 1위에 올랐고 '엽기적인 그녀'의 OST는 홍콩과 대만에서 이미 10만장이 넘게 팔렸다. 일본에서도 내년 1월초 리메이크 음반이 나온다.

또 영화 '친니 친니'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중화권의 최고 여가수 겸 배우 천후이린(陳慧琳)에게 두 곡을 주어 녹음을 끝낸 상태이고 그의 동생 빅터 천의 앨범작업을 맡았다. 자신이 출연했던 겨울연가와 러빙유의 중화권 방영으로 스타가 된 박용하의 대만진출 앨범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중화권 최고가수들에게 곡을 만들어 주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가수들을 그들과 연결해 중국시장 진출을 용이케 하려는 의도이다.

국내에서 노래에 앞서 LG텔레콤 '카이홀맨' 등의 CF로 얼굴을 알린 15세의 여자신인 죠앤은 '제2의 보아'를 만들기 위해 일본으로 진출시킨다. 9월부터 외국인 학교를 다니며 언어를 배우고 보컬과 댄스 트레이닝을 해 1년 후부터 본격 활동할 계획.

김형석의 또 하나의 꿈은 '스필버그가 만든 '드림웍스' 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를 설립하는 것.

이를 위해 모바일 사업에 큰 힘을 쏟고 있다. 이미 드라마 올인의 OST 수록곡들이 휴대폰 벨소리로 인기를 끌어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벌어 들이고, 빅마마 조성모 등 많은 가수의 컨텐츠 권리도 갖고 있어 이 분야는 음반제작보다 훨씬 큰 수익을 안겨 줄 것으로 보인다.

유석근 편집위원 sky@hk.co.kr

■ 주요 작,편곡 및 제작앨범

솔리드 2집 박진영 1,2집 박미경 1집 신승훈 3,4집 김건모 2,3집, 김원준 3,4,5집 엄정화 2집 김정민 2집 김현성 1집 임창정 3,4,5,8집 유승준 3집 베이비복스 2,3,4,5집 박정현 3집 박지윤 2집김조한 1,2,3집 성시경 1집 이정현 2집 죠앤 1집 포지션 5집 보아 1집 보보 1집 조성모 5집 박용하 1집 2002한일월드컵 공동앨범(한국측 프로듀서)

■ 영화음악

'백한번째 프로포즈' '진짜 사나이' '할렐루야' '엽기적인 그녀'

■ 뮤지컬

'스타가 될거야''겨울나그네'

■ 드라마음악

SBS 미니시리즈 '느낌' '신비의 거울속으로' 24부작 '올인'

KBS 미니시리즈 '폴리스' '칼라' 일일드라마 '사랑할때까지'

MBC 일일시트콤 '남자셋 여자셋' 미니시리즈 '사랑'

■ 수상경력

1993 제4회 뮤직박스 가요대상 편곡상

1994 제5회 가요음반대상 최고편곡상

1995 제1회 뮤지컬대상 작곡상(스타가 될거야)

1997 KBS가요대상 작곡상

1998 SBS가요대상 작곡상

2002 KMTV 프로듀서

상 KBS가요대상 작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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