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시그널 뮤직과 함께 방송 시작을 알리는 DJ의 목소리가 청취자들의 가슴을 적셔주던 전통적 형태의 음악 프로그램들은 1990년대를 넘어오면서 급격히 바뀌었다. DJ들은 젊어지고, 빠르고 경쾌한 톤으로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초대 손님의 수도 늘어서 이야기 시간이 길어졌다. 음악은 식자들의 전유물인양 여겨지던 팝송에서 가요로 중심이 옮겨졌다.한때 클럽DJ로 유명했던 사람에게 한낮의 음악방송을 담당케 했던 SBS의 파격적 편성은 이런 변화의 촉진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음악전문 케이블TV 채널의 등장과 함께 새롭게 선보인 VJ들은 음악 프로그램의 시청연령을 10대, 20대로 대폭 낮추었다. 그러다 보니 30대 이상의 사람들은 '요즘 음악 프로그램들은 말만 너무 많고, 젊은이들의 음악만 들려줘서 재미가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
유행이라면 거지 밥통도 핸드백이 될 수 있는 시대. 이런 유행의 물결은 우리의 음악 프로그램을 기형으로 만들고 있다. 팝송과 클래식, 국악, 성인가요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예전보다 훨씬 적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방송되는 오디오 전문 방송 사티오(Satio)와 키스(KISS)는 24시간 논스톱으로 60개 채널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방송하면서 음악의 편식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 가고 있다. 사티오와 키스는 가요를 최신가요, 발라드, 댄스, 40·50대 인기가요, 386 인기가요, 트로트 등으로, 팝송을 전통 팝, 인디 팝, 퓨전 팝, 한국인 선호의 영미 팝, 최신 팝, 모던 락, 아트 락, 모던 재즈, 퓨전 재즈, 보컬 재즈 등으로 세분화한 데다 라틴 음악, 유럽 음악, 동요, 국악, 클럽 음악, 클래식, 세미클래식, 실내악, 기독교음악, 불교음악, 가톨릭음악 등 기존 방송에서 소외된 장르까지 마음껏 들을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그동안 DJ의 수다와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광고에 피로를 느끼던 사람들에게 오디오 전문 방송은 '청정 지대'와도 같다.
이런 추세는 TV도 예외가 아니다. 음악전문 채널인 m.net의 '팝 리퀘스트 50'(위성·케이블 토·일 오후 5시), 'm.net 스페셜'(위성·케이블 매일 낮 12시), '음악시 신청동 27번지'(위성·케이블 월∼금 오후 1∼2시, 토 낮 12시∼오후 2시)는 VJ 멘트 없이 논스톱으로 음악을 방송하고 있다. 30분마다 편성된 광고 시간이 다소 눈과 귀에 거슬리긴 하지만 음악의 감동을 끊지는 않는다. 또한 국내 최초 24시간 논스톱 음악 채널인 m.net 논스톱(케이블)은 팝, 영화음악, 월드뮤직, 가요 등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뮤직비디오와 라이브 클립으로 기존 음악 채널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음악이 젊어지고, 편향되면서 사람들은 음악에 대한 순정을 잃어버린 듯하다. 사라져간 유성에 대한 그리움처럼 아련히 남아있는 다양한 음악에 대한 향수를 논스톱 음악 방송에서 다시 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
/공희정·스카이라이프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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