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행동강령이 지켜지지 않거나 갖가지 편법이 나타날 것이라는 점은 예상됐던 일이다. 시행 한 달(19일)을 앞두고 언론이 점검한 내용은 짐작대로다. 단기간에 달라지기를 바라는 게 무리인 것도 사실이다. 당사자들의 인식과 공직사회에 대한 주문에는 편차가 크다. 어떻게 이를 조화시킬 것이냐가 초점이다.공무원들은 강령이 비현실적이지만 그렇다고 어길 수도 없는 '족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현재의 강령은 4년 전의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을 손질하면서 오히려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그렇게 완화하려면 무엇 때문에 대통령령으로 격상시키느냐고 지적한 바 있지만, 완화된 내용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시행 직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비현실적이라고 갑자기 지적하는 바람에 강령은 이미 힘이 빠져 있었다.
청와대의 경우 대통령비서실 공직자행동강령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강령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모든 국민과 공무원을 '직무관련자'로 규정해 그들과의 식사를 1인당 2만원 이하로 규제하는 등 천편일률적인 규제를 하기 때문에 지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강령을 고치면 다른 부처는 따라가게 될 것이다.
부패방지위원회는 준수 실태를 점검하면서, 부처별 특성에 맞도록 규정을 개별화할 수 있게 융통성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다만 규정을 어길 경우 엄중 징계한다는 원칙은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 이미 업무의 특성을 감안해 다른 부처보다 훨씬 엄격한 강령을 마련해 시행하는 곳도 있다. 그리고 정치권에 대한 윤리적 제도적 개선노력이 필요하다. 여야 지도부는 룸살롱에서 호화판 술자리를 벌이고, 국회의원들은 아무 장애없이 직무와 관련있는 기업의 주식을 보유·거래하게 내버려 두면서 공무원들만 강령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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