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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 / 경기도 산림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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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 / 경기도 산림 병원

입력
200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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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이모씨는 최근 구입한 수백만원대의 관상용 소나무가 심은 지 얼마되지 않아 가지가 마르는 낭패를 당했다. 이씨는 아는 사람을 통해 경기도 '산림병원'에 도움을 요청했고 병원측은 배수로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사실을 발견, 배수로를 파고 영양제를 주입해 나무를 살려냈다.일산신도시 A아파트 관리소장 김모씨는 단지 내에 심어진 10여 그루의 대추나무가 잎이 쭈글쭈글해지고 열매가 맺지않아 산림병원에 문의했다. 병원측은 나뭇가지와 잎을 조금 떼어 보내온 샘플을 현미경으로 검사한 결과, '대추나무빗자루병'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해 항생제를 투여한 끝에 병을 치료했다. 이씨는 "수백만원을 주고 구입한 나무를 살렸는데도 돈을 받지 않아 고마웠다"고 말했다.

관공서, 아파트단지, 개인 주택 등에 잘 가꿔진 나무들을 보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다. 그러나 각종 병해충이나 불량 식재 등으로 나무가 죽어가는데도 조치를 취할 줄 아는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아 난감할 때가 많다.

이럴 때 경기 오산시 수청동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 임업시험장 산하 '산림병원'의 문을 두드리면 예상외로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산림병원은 1997년 설립된 나무 전문병원으로 연구소 직원 2명과 예찰조사원 5명 등 7명으로 구성돼있다. 이 곳을 이용하려면 전화나 팩스, 이메일 등으로 담당자에게 문의를 한 뒤 병충해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피해 샘플을 채취, 우송하면 된다. 산림병원측은 이 샘플을 토대로 피해 원인을 진단하며 직접 현장을 방문, 응급조치를 취해주고 있다. 문의에 대한 답변은 물론, 출장 수술에 드는 비용도 모두 무료.

권영대 자원보호팀장은 "여름이 다가오면서 병해충을 호소하는 문의가 많아져 직원들이 눈 코 뜰새 없이 바빠졌다"며 "아파트관리소, 관공서 등이 주로 이용하고 있지만 개인 정원을 소유한 일반인들의 문의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직원들의 치료방법은 사람으로 따지면 외과수술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렵다. 나무 일부가 고사했을 경우 수세(樹勢)진단기로 고사정도를 측정, 죽은 부분을 도려낸 뒤 우레탄폼으로 빈 공간을 메우고 코르크가루와 실리콘 등으로 인공 식피를 만들어 붙여주는 작업을 하게 된다. 나무의 수명이 오래되면 가지가 갈라져 쓰러지는 경우가 있는 데 이 때는 가지와 가지를 철사 등으로 묶어 고정시킨 뒤 영양제를 투여하고 있다. 대추나무빗자루병의 경우 약국에서 판매하는 항생제를 주사해야 하지만 최근 의약분업으로 의사처방전을 구하지 못해 동물병원에서 동물용 항생제를 구입, 주사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산림병원측은 자연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자체치유능력이 강하지만 관상용 나무들은 주변 여건상 생태계가 한정돼있어 진딧물, 응애 등 각종 해충으로부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최근에는 솔잎흑파리, 소나무재선충, 대추나무빗자루병 등이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림병원측이 올 들어 치료한 건수는 모두 90여 건. 그러나 이 중 20여건은 배수, 복토 및 이식불량으로 인한 고사현상으로 집계돼 나무에 대한 전문지식의 부재가 심각한 정도였다. 권 팀장은 "지난 해 한 아파트단지에 심은 수십 그루의 나무가 말라죽고 있어 현장에 가봤더니 나무뿌리의 고무를 벗기지 않은 채 심어져 있었다"며 "조금의 관심만 기울여도 이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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