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공격적인 주식 '사재기'로 증시가 상승행진을 이어가면서 일부 시중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개인들은 여전히 주식을 대거 내다 팔고 있고, 기관 투자가들도 펀드환매 요구에 시달리는 등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 극심한 눈치보기가 지속되고 있다.
예탁금·펀드자금 늘어
18일 증권거래소와 증권업협회·투자신탁협회 등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놓는 자금인 고객예탁금과 간접 투자상품인 주식형 수익증권 설정액이 증가하고 있다.
올 4월과 5월 큰 폭으로 감소했던 고객예탁금은 6월 들어 1조2,000억원이 늘어나 16일 현재 11조238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연중 최고치인 11조1,793억원(4월18일)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고객예탁금 증가는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주식매도에 나서면서 매도 자금이 예탁금으로 흡수되고 있는 것일 뿐 신규자금 유입은 그리 많지 않다. 개인 순매도를 감안한 실질고객예탁금 증가는 이달 들어 1,106억원에 그쳤다.
자금유입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간접투자상품으로도 돈이 들어오고 있다. 주식편입비중이 높은 순수 주식형 수익증권(뮤추얼펀드 포함) 설정액은 이달 들어 올 2월 이후 4개월 만에 순증가로 돌아섰다. 그동안 10조원대에 머물러 있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28일 이후 이달 16일까지 2,090억원 늘어난 10조8,100억원으로 1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개인·기관 '팔자' 행진
이 같은 신규자금 유입 움직임과는 달리 개인은 이달 들어 1조원 이상 주식을 내다팔고, 투신권에 자금을 맡긴 투자가들이 돈을 되찾아가면서 펀드 해지와 환매 압력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가들도 주식 매수에 나서기는 커녕 지속적인 매도로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들의 15일 연속 매수행진과는 정 반대로 이달 들어 이틀을 제외하고는 연일 주식 매도에 나서 1조1,972억원을 순수하게 팔아치웠다. 개인들이 아직 경기회복과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신사 등 기관투자가들도 지수 상승을 차익실현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기관의 프로그램 비차익 매도가 늘어난 것은 법인과 개인 고객의 자금 인출 요구에 따른 펀드 환매 수요 대응을 위한 차익실현 물량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700선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시기적으로 반기 결산이 끝나는 7월이 돼야 개인의 신규 주식투자자금 유입이 이뤄지고 기관도 매수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과거 2조원이던 고객예탁금이 외환위기 이후 10조원대로 늘어났으며, 올해 20조원 대로 한단계 레벨업 되는 기로에 서 있다"며 "정부의 강도높은 부동산 값 안정대책이 이어지고 있고 채권시장도 과열돼 주식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높아진 만큼 경기 회복을 통한 증시 상승 확신이 생기면 신규 자금유입도 가속화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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