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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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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헌책방

입력
200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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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가끔 헌책방에서 자기 책을 만난다. 많이 팔릴수록 더 자주 만나게 마련이지만 팔리지도 않았는데 그러면 억울한 느낌이 든다. 자기 책을 발견한 저자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못 볼 것을 본 양 슬쩍 무시하는 부류가 있다. 정신 건강에 가장 좋다.그 책을 집어들고 탐정처럼 철저히 조사하는 부류가 있다. 몇 쇄인지, 어느 서점에서 팔렸는지, 산 사람은 누구인지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샅샅이 캐내는 것이다. 물론 알아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호기심은 인간의 본성이다.

참으로 곤혹스러운 경우는 그 책에서 저자 자신의 사인을 발견하는 것이다. 헌책방에 내다팔 경우라도 그 페이지는 잘라내는 게 최소한의 예의인데 그것마저 생략하는 아주 바쁜 분들이 있다. "아무개님께 드립니다"라고 정성들여 쓴 자기 서명본이 헌책방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걸 보는 저자들의 마음은 아프다. 복수를 결심한 사람도 있다. 버나드 쇼는 헌책방에서 발견한 자기 서명본에다 다시 서명을 하여 그것을 내다판 주인에게 친절하게 우편으로 보냈다.

"삼가 다시 드립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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