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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세드/가족이라는 이름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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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세드/가족이라는 이름의 "상처"

입력
200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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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축복이 아니라 상처다. 적어도 '언세드'(감독 톰 맥라우린)에 나오는 가족은 다른 사람들이 아닌 가족으로 인해 상처 받은 이들이다. 영화는 가족이 누구보다 가까울 수 있는 사람이지만, 어느 누구보다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통찰을 제시한다. 그러나 거기에만 머물지 않고, 가족 사이의 균열과 미움과 다툼이 치유될 수 있다고 우직하게 믿는다. 스릴러 형식을 띠고 있지만 말초적인 흥미를 자극하기보다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이라는 묵직한 주제로 한 발자국씩 접근하는 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심리치료의 대가 마이클(앤디 가르시아)은 정작 자신의 아들이 받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아들 카일이 차고에서 자살한 뒤, 단란했던 가족은 풍비박산이 난다. 이혼한 뒤 홀로 사는 마이클은 아들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죄의식으로 고통 받으며, 환자 치료도 그만 두고 세상으로부터 후퇴해 도서관과 강의실만을 오간다.

심리학 박사과정 학생의 간곡한 부탁으로 맡게 된 17세 소년 토미를 돌보면서 마이클은 다시 세계와 자신을 잇는 끈을 더듬기 시작한다. 토미는 어릴 적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는 장면을 목격한 뒤 공황 상태에 빠져 있는 학생. 죽은 카일의 환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들을 빼닮은 토미를 보면서 마이클은 그에게 점점 빠져든다.

그러나 카일의 죽음과 토미 어머니의 죽음 뒤에는 쉽게 밝힐 수 없는 진실이 있다. 카일은 왜 손을 내밀고 가까이 다가서려는 아버지를 한사코 거부한 것일까. 토미는 왜 다가서는 여자를 모두 죽음 직전으로 내몰려 할까.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 끔찍한 진실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들고, 만약 상처 입은 가족이 주위에 있다면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붕괴 직전에 처한 미국 가족주의의 위기를 '아메리칸 뷰티'처럼 뒤돌아 보게 하는 미덕도 있는 작품이다. 'The Unsaid'. 20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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