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은 날라리다?차태현은 올해 스물일곱이다. 그러나 아직도 '장정구 파마'를 한 날라리 고교생 역할을 하는데 차태현보다 더 나은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는 고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다 돼 가는데도 꼭 고등학생 같다. 특히 많이 망가진 시절을 보냈고, 여전히 그런 고등학생.
그러나 믿기 어렵게도 차태현은 담배를 안 피우고, 꼬박꼬박 교회에 나가고, 여태까지 여자 친구가 단 한명 뿐이었다. 교회는 쉽게 확인할 수 없지만 분명히 담배를 안 피우고 이렇다 할 스캔들은 없었다.
그럼 '날라리' 차태현은 조작된 것일까. 실제로 그는 고교 때 뒷자리에 앉기를 즐기고, 성적은 50명 가운데 43등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물론 고3 때는 반장 옆 자리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는 착한 학생이 됐지만.
"제가 아직도 고등학생 역할을 하니까 그저 철없는 날라리로 아는 사람이 많아요." 사회 생활을 시작한 지 무려 9년째. 사회 밥을 먹은 지 이런 시간이 지난 만큼 배신도 당해봤고, 술도 심하게 먹는 성인 남자다. "고등학교 때 첫사랑에 빠진 것을 빼면 여자들과 어울릴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대학 들어가자마자 KBS 탤런트 시험에 합격하는 바람에 휴학했지요. 영화 하는 형들이랑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어울리는 게 훨씬 좋기도 했구요.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셈이지요. " 물론 그는 서울예술대학을 무난히 졸업하고 지금은 중앙대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 '연애소설'에 이어 '첫사랑 사수 궐기 대회'까지 좋아하는 여자에게 빠지면 물불 안 가리는 순정파 청년 역을 주로 맡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쿨'한 성격이고 때로는 시니컬하기까지 하다.
차태현은 진지하다?
차태현은 마치 영화 '마스크'의 주인공처럼 한마디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다. 마치 벼르고 별러 오락 프로그램에 나온 것처럼, 그는 방송에 나올 때마다 웃음보를 터뜨리게 한다. 하지만 차태현은 인기란 팥빙수 위의 아이스크림처럼 순식간에 녹아 없어질 것이란 걸 일찌감치 체득했다. 그래서 연연해 하지도 않는다.
"아마 제가 나오자마자 팍 떠버렸다면 그런 생각은 못했겠죠. 그런데 98년 드라마 '해바라기'로 뜨기 전까지, 맨날 주인공 친구 역으로 나오다가 사라지곤 하니까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게다가 친한 형들이 인기 때문에 엎치락 뒤치락 하는 걸 보면서 인기에 몸을 맡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란 걸 깨달았죠."
친근한 이미지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도 반말을 하거나 그보다 더 심한 말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땐 '싸늘하게' 반응한다. '당신 실수한 거야' 식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곧바로 자기와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만만치 않다.
그가 인기라는 큰 물결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 것은 매일 밤마다 있는 가족 예배, 보다 정확하게는 5분 예배 후 2시간씩 하는 '잡담'의 덕분이다. KBS 음향효과실에 근무하는 아버지, 성우인 어머니는 그에게 누구보다 큰 버팀목이다.
가수 차태현? 배우 차태현?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감독 오종록)의 촌놈 손태일은 " '꽁바리' 하던 고교 시절" 차태현의 이미지에 딱 어울리는 역할이다. "애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한다(혹은 친구를 잘못 사귀었다)"는 공부 못하는 아이를 둔 모든 어머니들의 푸념에 딱 어울리는 그런 캐릭터다. 아이큐 148이지만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사교 활동을 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타입이다. "사투리 연기로 100% 만족을 줄 순 없고, 90% 정도만 달성해도 잘 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이번에도 차태현의 코믹 연기 드리블은 적정한 시점에 골을 터뜨린다.
배우로서 그는 절정기다. "나에게 어떤 역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차태현을 원하는 것 같아요." 다소 잘난 척하는 말 같지만 그건 사실이다. "늘 단독 드리블이 부담스러워서 다음 영화로는 조연들이 엄청 푸짐한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를 택했다.
가수로서는 조금 찜찜한 구석이 있다. 최근 2집 '어게인 투 미'가 가요 차트 1위에 오르고 음반도 10만장이 팔렸지만 "음반 팔기가 너무 어려운 걸 실감하고 진짜 가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역시 그의 인생의 방점은 영화에 찍혔다. "서른 한두 살엔 결혼 해야죠. 그리고 나서 바람 피우는 남편, 쥐어 사는 남편 역도 해 봐야지요." 이 소년 같은 얼굴엔 언제 주름이 잡힐까.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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