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계서열 3위인 SK그룹이 그룹지배 체제의 핵심 조직인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고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이에 따라 강력한 구조본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이른바 '빅4'중 삼성 1개 그룹으로 줄어 '황제식 경영'으로 대변되던 재벌그룹체제가 약화되고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립기업의 네트워크로 전환
SK 그룹 이노종 전무는 18일 발표한 '기업구조 개혁방안'에서 구조본을 해체하는 대신 각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를 가속화해 SK그룹을 'SK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독립기업의 느슨한 네트워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바람직한 기업모델로 제시한 지주회사체제 브랜드와 이미지를 공유하는 정도의 느슨한 연계체제 독립기업 분리나 전문업종별 소그룹 분화 중 하나라고 SK는 설명했다.
그러나 구조본 해체가 그룹 해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구조본이 수행하던 계열사간 조정업무를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양대 주력사업에서 사실상의 사업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해온 SK(주)와 SK텔레콤 등 양사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황두열 SK(주) 부회장과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등 SK글로벌 사태에 직접 연루되지 않은 유공 출신 전문 경영인들의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강도 구조조정 추진
SK는 지난해 제주선언에서 밝혔던 '2005년까지 생존조건을 확보하지 못한 계열사와 사업은 정리하겠다'는 서바이벌 플랜을 가속화해 그룹 전체를 에너지·화학·정보통신 중심의 업종 전문화된 사업구조로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독자적 경쟁력이 없어 상호 윈·윈(Win·Win) 관계유지가 어려운 계열사나 비핵심 사업을 과감하게 퇴출, 현재 59개인 계열사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갈 방침이다.
SK는 또 사업구조조정과 자산매각을 통해 2조원의 현금을 확보하는 한편 현재 207%인 부채비율을 2007년까지 120%로 낮추는 획기적인 재무구조개선 계획도 추진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형태를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최태원 손길승 회장의 거취는
소버린 등 외국계 대주주와 참여연대 등으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주)회장과 손길승 그룹 회장은 현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SK는 대외적으로 그룹 전체를 대표하는 기능이 현실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손 그룹회장은 지금의 지위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는 손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 회의인 '슈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회의를 주재하더라도 계열사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개혁방안을 옥중에서 재가를 하면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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