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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30>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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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30>파스칼

입력
200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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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3년 6월19일 프랑스의 수학자 겸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이 클레르몽페랑에서 태어났다. 1662년 파리에서 몰(沒). 파스칼의 가장 유명한 책은 '팡세'다.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약한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유명한 선언이 발설된 것도 이 책에서다. 그가 죽은 뒤인 1670년에 처음 발간된 이 종교적 명상집에서 파스칼은 확률론의 창시자답게 이색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 도박에서 기대치는 이길 확률과 판돈과의 곱인데, 영원한 행복의 가치는 무한이므로 종교적 삶을 통해 영원한 행복을 얻을 확률이 아무리 낮다고 하더라도 기대치 역시 무한이 되어 그 종교적 삶을 보상한다는 것이다.파스칼의 지적 에너지는 그 상당 부분이 당대 가톨릭 교회의 주류였던 예수회와 파리 교외 포르루아얄 수도원에 둥지를 튼 얀센주의자들 사이의 논쟁에 소진되었다. 네덜란드 출신의 신학자 코르넬리우스 얀세니우스가 주창한 얀센주의는 인간의 자유의지보다는 하느님의 은혜를 강조하며 프랑스 가톨릭 교회의 인문주의적 편향을 비판했는데, 파스칼도 얀센주의자로서 이 논쟁에 휘말려 들었다. 거의 병적이라고 할 만했던 이 종교적 열정에 휘둘리지 않았다면, 16세에 '원뿔곡선 시론(試論)'을 발표해 당대 기하학자들을 놀라게 했던 이 조숙한 천재가 39세로 죽기 전까지 학문적으로 이뤄낸 것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파스칼은 소수의 원리에서 출발해 질서에 따라 엄밀한 추론을 전개하는 합리적 정신을 기하학적 정신이라고 부르고, 이를 섬세의 정신과 대비시켰다. 섬세의 정신은 다수의 작은 원리들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정감적 인식 능력이다. 파스칼에 따르면 학문의 세계에서는 기하학적 정신으로 족하지만, 일상사의 세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섬세의 정신이 필요하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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