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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스팸메일 규제 전세계 대책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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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스팸메일 규제 전세계 대책부심

입력
2003.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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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스팸메일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국지전이 아니라 국가 간 공조를 통한 국제전 양상이다. 스팸메일은 순식간에 국경을 초월해 사무실과 안방의 컴퓨터로 침투하기 때문이다. '당국이 승인한 다이어트 약' '처방전 없이 비아그라를' 'XX 영화로 바로 들어가기' …. 네티즌들은 컴퓨터를 켜는 순간 쓰레기 메일의 홍수를 겪고 있다. 폭발적 증가 추세에 있는 스팸메일의 수는 금년 7월 순수 메일을 초과하게 될 것이라는 게 스팸 방지업체인 서프콘트롤의 진단이다. 스팸메일의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막기 위해서 시급한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스팸메일을 읽거나 처리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시장조사기관인 페리스 리서치는 금년 미국 기업의 스팸 처리 비용이 100억 달러(1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 조사기관인 나라리서치는 지난해 국내 스팸메일 피해액을 2조 6,500억원(정신적 피해 제외)으로 추산했다. 음란 이메일, 허위 광고 등이 네티즌의 정신을 멍들게 한다는 것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

미국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는 지난달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59개국에 스팸메일 근절을 위한 공조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FTC 등은 공조 요청 서한에서 "쓰레기 메일 발송자에게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1,000여개의 '오픈 릴레이' 서버를 확인했다"며 "이들 서버를 폐쇄하거나 보안체계를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오픈 릴레이'는 스패머(스팸메일 발송자)들이 법망을 피하기 위해 보안 기능이 취약한 학교나 기업 등의 이메일 서버를 몰래 이용하는 수법이다. 티모시 머리스 FTC 위원장은 11일 상하원 합동위원회에 출석해 "스패머를 색출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비밀 조사를 수행하고 외국 수사기관과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현재 연방법으로 스팸을 규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26개주에서 스팸 규제 관련법을 제정했다. 캘리포니아주 상원은 지난달 불법 광고 이메일을 보내다 적발된 개인이나 단체에 메일 1건당 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강력한 이메일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연방 의회 차원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 하원의 리처드 버 의원 등은 최근 불법으로 스팸메일을 유포하는 사람에게 최고 징역 2년형을 부과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미 상원의 콘래드 번즈 의원 등은 상업성 이메일에 '광고(ADV)'를 표기하도록 하고, 이메일 주소를 보낼 때 잘못된 주소를 사용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는 내용의 안티스팸 법안을 마련했다.

미국의 인터넷 대기업인 야후, 마이크로소프트(MS), AOL 등은 스팸 차단을 위해 연합전선을 펴기로 합의했다. 3사는 스팸 퇴치에 필요한 기술, 정책, 표준 등의 개발에서 협력하는 한편 스팸을 보내기 어렵도록 인터넷 서비스망을 더 견고하게 구성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해 7월 상업적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인터넷 사용자가 수신과 거부를 선택할 수 없다면 스팸메일을 금지해야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모든 EU국가들은 금년 10월까지 스팸 규제 국내법을 제정해야 한다. 호주의 국가정보경제위원회(NOIE)는 최신 보고서에서 원하지 않는 이메일 금지 법안 제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각국 정부가 안티스팸 법을 제정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도 지난해 4월 스팸메일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스팸과의 전쟁을 강력히 벌이고 있다.

그러나 법적 조치들이 마련된다 해도 효과를 장담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스패머들이 이곳저곳 옮겨다니면서 위치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데다 그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점차 정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팸과의 전쟁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스팸을 걸러내기 위한 솔루션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티스팸 운동이 힘을 얻고 있지만 지나친 규제에 반대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 전자개인정보보호센터의 마크 로텐버그는 "스팸메일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비밀 조사를 하는 것은 인터넷상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마케팅 업체들도 "스팸 규제를 심하게 할 경우 인터넷 광고의 이점이 사라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국내 하루 8억통 쏟아져

현재 국내에서 하루에 뿌려지는 스팸메일은 8억 통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메일 주소를 대략 4,000만 개로 보더라도 한 주소 당 하루 20통의 원치 않는 편지를 받는 셈이다.

스팸메일로 인한 통신망 트래픽 증가 피해와 수신자의 거부 노력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음란·광고성 스팸메일을 막기위해 지난달 관계부처, 시민·사업자 단체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스팸메일 대책위원회'(위원장 변재일 정통부 차관)를 구성했다.

합동대책위는 4일 1차 회의를 통해 그동안 사전동의 없이 '광고'란 문구만 넣으면 보낼 수 있었던 스팸메일을 앞으로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옵트인'(Opt―in)방식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옵트인 방식이 도입되면 무작위로 메일을 보내는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 돼 스팸메일 발송 규모가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해외 서버를 이용하거나 남의 서버를 해킹해 메일을 발송하는 경우, 제재가 쉽지 않아 국제적 공조 등 보완책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현재 일부 포털 사이트가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 전용 메일을 전 사업자에 확대 적용해 인터넷 상에 '어린이 보호구역'(그린 존)을 만들기로 하는 한편, 불법 메일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해 적발시 법정 최고한도(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외에서 제작돼 유입되는 스팸메일에 대처를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미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 캐나다 등과 협의, 범세계적인 스팸 관리 시스템의 구축을 추진중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스팸메일의 기원

스팸메일은 쓰레기라는 의미의 정크나 벌크 메일로 불리기도 한다. '스팸'의 부정적 의미는 미국의 식품회사 호멜푸드가 1930년대 자사 햄 제품인 스팸을 홍보하기 위해 대대적인 광고를 펼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지나친 광고 공세가 일반인에게 거의 공해로 인식돼 그 후부터 이러한 무차별 광고를 스팸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스팸메일 발신자를 스패머라고 부르기도 한다.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첫 스팸메일이 등장한 것은 25년 전인 1978년. 미국 디지털 이큅먼트사의 마케팅 담당자가 당시 인터넷의 모체였던 '아르파넷'에 등록된 600여 회원에게 주택매물 광고를 보낸 것이 최초의 기록으로 전해진다. 미 LA타임스는 "당시에도 상업성 이메일의 도덕성을 놓고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스팸메일이 현재는 하루 60억 건에 이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팸메일의 전세계적 규모에 대한 통계는 조사기관마다 차이를 보이지만 그 해악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미국 조사기관 페리스 리서치는 미국 기업이 한 해 동안 스팸메일을 지우기 위해 낭비하는 생산성하락 비용만도 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미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는 "전체 스팸메일의 3분의 2가 사기이며 특히 사업성 정보를 담은 메일은 96%가 허위"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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