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폭소클럽'을 즐겨봅니다. 내용도 신선하지만 활동이 뜸했던 원로(?) 개그맨이나 처음 보는 신인 개그맨, 일반인 등 출연진이 다양한 것이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출연자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궁금합니다. (najung2000)
반갑습니다. 저도 '폭소클럽' 팬이거든요. '대한민국 최초의 본격 스탠드업 코미디'를 표방하며 지난해 11월 첫 전파를 탄 이 프로는 늦은 방송시간(금 밤 12시15분)에도 불구하고 10%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언론감시단체인 민언련으로부터 '시청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연예오락 프로그램'으로 선정되는 영광도 안았지요.
독자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폭소클럽'의 묘미는 신선한 내용과 형식, 출연진으로 유쾌한 웃음을 준다는 점입니다. 첫 방송부터 얼마 전까지 이 프로를 연출한 서수민 PD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몇몇 코너는 특정 분야의 전문인이나 독특한 장기를 지닌 일반인을 출연시킨다는 원칙을 세우고, 인터넷과 입 소문 등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말 좀 한다는 사람은 거의 다 훑었다"고 말합니다. 일단 섭외 대상에 오르면 '현장'을 방문해 비디오를 찍고, 심층 분석을 거쳐 '웃음 코드'를 끌어내 방송에 맞게 다듬어내는 작업이 수도 없이 이뤄졌다고 하네요.
"대한민국 4,700만 국민이 당당하게 무대에 서는 그 날까지…"라는 독특한 멘트로 눈길을 끈 이벤트 사회자 출신 김제동은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바람잡이를 하다가 발탁돼 요즘은 각종 프로를 종횡무진하며 입담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춤추는 과학강사 장하나는 현직 생물 강사로,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SBS '진실게임'에 게스트로 출연했다가 입 소문이 퍼져 행운을 잡은 경우지요. 사물흉내 개그의 서남용은 위성 채널인 KBS코리아 '한반도 유머 총집합'에서 발굴한 개그맨 지망생으로, '폭소클럽'을 통해 인기를 얻어 최근 KBS 개그맨 공채에 합격했습니다.
기대에 못 미쳐 도중하차한 경우도 있습니다. 캐나다인 대학생이 출연한 '아이러브 코리아'가 대표적인 예.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 한국사회의 모습을 살짝 비틀어 보여줄 계획이었는데, 생각만큼 주제가 다양하지 못했고 문화적 차이 탓인지 반응도 좋지 않아 폐지됐지요.
요즘은 전국 각지에서 제 발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제작진이 발품 파는 수고를 덜었습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공개 오디션이 열리는데, 1주일에 5, 6개 팀이 참여합니다. SBS 개그맨 출신인 '생활요가팀'이 이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고, 안무가 한 사람이 춤과 개그를 접목한 새로운 코너로 곧 무대에 서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인기 개그맨들의 출연 요청도 잇따르고 있답니다. 제작진은 "지명도보다는 내용이 얼마나 알찬가 하는 것이 판단의 기준"이라면서 "유명 개그맨 중에 설익은 아이디어를 들고 왔다가 낭패 본 사람도 더러 있다"고 귀띔합니다. 아무쪼록 이 프로가 '초심'을 잃지 않고, 한 주일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줄 수 있는 '청량제'로 계속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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