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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3.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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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목어는 까다로운 물고기입니다. 웬만한 환경에서는 살지 못합니다. 특히수온에 민감하죠. 섭씨 20도 이상의 물에서는 살지 못합니다. 그리고 온도의 변화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합니다. 열목어의 수가 점점 줄자 각 지자체별로 인공부화를 시켜 치어를 방류합니다. 치어를 방류하는 과정을 보면열목어가 얼마나 온도 변화를 싫어하는 지 알 수 있습니다.먼저 비닐봉지에 치어가 살던 물을 반쯤 넣습니다. 조심스럽게 치어를 넣고 산소를 주입합니다. 수온이 올라가지 않도록 비닐 바깥에 얼음을 대고검은 포장을 합니다.

방류할 곳에서는 반드시 어두운 그늘을 찾아야 합니다. 비닐을 빼내 물에담그고 서서히 비닐 속 물과 방류할 곳의 물 온도가 같아지도록 합니다.

거의 상감마마 모시기입니다. 안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고요? 열목어가 신경질을 냅니다. 보통 신경질이 아닙니다. 제 성질에 겨워 그냥 넘어갑니다. 거의 ‘즉사’의 수준입니다.

그리고 열목어는 빛에 민감합니다. 검은 포장을 하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빛에 오래 드러나 있어도 열목어는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배를 드러낸 채 물 위에 뜹니다.그래서 열목어가 사는 곳은 간단하게 표현하면 심산유곡입니다. 웬만큼 비가 와도 수량이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내린 비의 온도가 계곡의 물과 같은 수준이 될 때까지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건강한 숲이 있습니다. 넓은 물속 그늘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울창합니다.

열목어의 크기는 보통 20~30㎝. 민물고기 치고는 꽤 큰 편입니다. 날아다니는 곤충이나 곤충의 물속 유충을 먹습니다. 열목어 서식지에는 큰 덩치가 먹고 살만한 많은 벌레가 있습니다. 생태계도 건강하다는 뜻입니다.

여행길에서 열목어를 보게 되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깊은 산에서 만나는큰 물고기라는 점도 흥분하기에 족하지만 푸른 물 속을 검은 유령처럼 헤엄치는 자태는 숨을 멈추게 합니다. 열목어가 살 수 있는 깨끗한 자연이아직 이 땅에 있다는 흐뭇한 기쁨으로 이어집니다. 내린천의 열목어. 영원히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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