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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 완도군 주도 상록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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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 완도군 주도 상록수림

입력
2003.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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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5월 어느 날 오전 전남 완도군 완도읍 완도항에서 낚시배에 몸을 싣고 주도에 갔다. 이 섬은 숲이 상·중·하층으로 잘 발달되어 있다. 숲의 바닥에 깔린 마삭줄, 맥문아재비 등 식물들을 밟고 들어가기 미안해 한동안 망설이다 조심조심 숲 속으로 들어가는데 마침 내리는 이슬비 속에 피어오르는 운무와 어우러진 상록수림은 경이로웠다.주도는 완도항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 있다. 면적이 1.7㏊의 아담한 섬으로 섬의 모양이 구슬을 닮아서 주도(珠島)라고 부른다. 연평균 기온 13.4도로 난대지역의 평균 기온대에 속하고, 연평균 강수량 1,417㎜로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보다 많아 식물이 성장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다. 이 섬은 모밀잣밤나무, 육박나무, 감탕나무, 붉가시나무 등이 주종인 상록활엽수이다. 큰나무 밑에는 황칠나무, 영주치자, 빗죽이나무, 광나무 등 120여종의 키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이 섬은 원래 난대지역의 상록활엽수가 울창한 섬으로 나무 벌채를 금하는 봉산(封山)으로 지정됐다. 섬 위쪽 중앙부에 성황당이 있어 숲이 천연림 그대로 잘 보전되어 있다. 한때 소풍객의 증가로 많이 훼손되었으나 섬 전체가 1962년 12월3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고 집중 관리되면서 점차 원시림의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

현재 이 섬에 자생하는 상록활엽수 중에는 난대지역 조경수로 개발가치가 높은 육박나무, 돈나무, 참식나무, 광나무, 가마귀쪽나무, 다정큼나무, 생달나무, 열매를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모밀잣밤나무, 붉가시나무, 공해에 강한 사스레피나무, 빗죽이나무, 약용으로 이용되는 후박나무, 영주치자가 있고, 송악, 멀꿀, 상동나무, 마삭줄, 모람, 보리장나무가 나무와 나무 사이에 엉켜 있어서 금방이라도 타잔이 튀어나올 것 같은 정글을 이룬다. 바닥에는 마삭줄, 자금우, 맥문아재비 등이 자생하고 육박나무, 후박나무, 붉가시나무의 어린 나무가 바닥에 시샘하듯 돋아 있다.

소나무는 상록활엽수에 밀려서 점차 쇠퇴하고 있으나 난대 지역에서도 드물게 나는 육박나무는 나무의 아랫부분 직경이 25∼50㎝로 4줄기가 뻗어서 높이 8m, 수관폭 10m에 이르는 대형목으로 자랐다. 줄기에는 파란 이끼가 도배하듯 덮여있고 그 사이사이에 일엽초, 콩짜개덩굴이 줄기에서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다.

낙엽활엽수로는 마을의 정자나무로 가장 많이 식재되어 있는 느티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등과 참나무 종류인 졸참나무, 상수리나무가, 그리고 중국에서 오래전에 약용으로 도입되어 남쪽지역에 식재되어 온 멀구슬나무가 주도에 몰래 숨어들어 자리하고 있다.

하층에는 댕댕이덩굴, 청가시덩굴, 청미래덩굴, 개머루, 사위질빵, 계요등, 모람, 새모래덩굴이 이리저리 엉키면서 자라고 있고, 큰나무가 말라죽고 생긴 빈 터에는 햇빛을 좋아하는 멍석딸기, 수리딸기, 인동덩굴이 엉켜있다. 이제 주도의 숲은 난대지역의 대표적인 숲으로서 난대림 연구를 위해 지속적인 보호관리가 요망되는 우리 민족 모두의 자산이다.

/최명섭 임업연구원 박사 hnarbore@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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