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대 경제학과 조교 오모(29)씨는 요즘 시험감독 때마다 '자리 바꾸기'와 '휴대폰 반입금지' 조치를 내리고 있다. 시험 때마다 커닝 학생들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는 오씨는 "노력도 없이 학점만 따려는 학생들을 보노라면 지성인의 윤리의식이 땅에 떨어졌음을 실감한다"며 한탄했다.기말고사 기간을 맞은 대학가에 '커닝 특별경계령'이 내려졌다. 사립 명문 S대는 최근 기말고사 기간중 시험감독을 맡은 교수, 조교들에게 부정행위 철저 단속을 지시했다. 이 대학 교양학부 일본어과의 한 조교는 "커닝 단속 엄포에도 불구, 최근 2, 3건의 커닝 사례를 적발했다"며 "학부제 시행 이후 학점따기 경쟁이 심화하면서 커닝 수법이 노골적이고 지능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가에 횡행하는 '커닝'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화'. 문제를 다 푼 사람이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정답을 전송하는 것은 이미 고전이다. 최근에는 카메라폰을 이용, 답안지를 촬영해 전송하는 수법이 애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대학은 아예 시험 시간에 휴대폰은 물론, PDA 등 각종 휴대 첨단기기 반입을 금지했다.
인터넷 등을 통한 '족보' 입수경쟁과 '대리시험자 물색' 광고도 새로운 커닝 풍속도. 각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선배들이 시험예상 문제를 정리한 일명 '족보'를 깨알 같은 글자로 정리한 뒤 아예 첨부파일로 올려놓은 '커닝파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시험일자가 다가올수록 천문학적인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한다. 최근에는 아예 돈을 받고 '커닝페이퍼'를 판매하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인터넷을 통해 강의와 시험감독이 이뤄지는 사이버대학들의 '커닝' 예방 노력도 눈물 겨울 정도. 사이버대학을 성공적으로 운영중인 S대학은 최근 기말고사 기간중 대리출석을 막기위해 주말동안 대형강의실을 빌려 '시험 몰아보기'를 시도했다.
/범기영기자 bum17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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