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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예산 낭비하는 "무늬만 전자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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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예산 낭비하는 "무늬만 전자정부"

입력
2003.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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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하고 있거나 계획중인 컴퓨터 관련 행정실무분야는 창구민원, 행정내부, 그리고 기반구축업무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거창한 계획에 비해 국가종합 전자조달시스템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민원인 스스로 서류를 발급 받을 수 있도록 구청, 동사무소 등에 설치한 무인민원발급기만 해도 일선 직원들의 일손을 덜어주기는커녕 복잡한 사용방법과 인식부족 등으로 인해 발급기 옆에 직원이 붙어 서서 민원서류를 발급하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지곤 한다. 전국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는 총 835대. 월 평균 이용건수가 대당 215건에 불과하다. 지난 몇 개월간 한 건의 이용실적조차 없는 발급기도 있다.

전자정부통합민원서비스는 지난해 11월 하루 평균 15만 5,000건이던 접속 건수가 올 들어서는 4월 현재 하루 5만 3,000건으로 뚝 떨어졌고 신청 건수 역시 하루 평균 1,100 여건에서 950여건으로 줄었다. 하루 300만 건에 달하는 오프라인 민원서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자정부통합민원서비스가 이처럼 저조한 것은 신청과 열람은 되나 정작 증명서 발급은 해당 관서에 가야만 하는 등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연중 무휴 24시간이 가동되어야 마땅하지만 부서간의 비협조로 공무원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는 작동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연금, 의료, 고용, 산재 등 4대 보험 통합서비스는 관련 기관들의 이해관계 다툼으로 여전히 검토단계에 머물고 있다.

3,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전자정부통합민원서비스가 초기단계부터 부실하여 효율성, 국민편의성, 국가행정력 제고, 정보보안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전자정부를 앞서 시작한 미국, 호주, 뉴질랜드와 유럽 각국의 기술과 시스템을 재검토해 우리 실정에 맞게 받아들이고 이해 당사자들과 충분한 의견교환을 하는 등 보완해야 한다. 각 부처는 통합적 사고로 민원업무를 수요자 중심으로 개발하고 업무와 관련법령이 조화를 이루도록 법제도 정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국민 사전 홍보가 필요하다.

올 초 감사원의 전자정부 관련 감사에서 연간 408억원의 예산낭비를 지적했지만 어디 잃은 것이 돈 뿐일까? 먼 미래를 내다보며 첨단 정보기술(IT)을 행정에 활용할 줄 아는 명실상부한 전자정부를 기대해 본다.

박 용 달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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