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에 대한 SK(주) 이사회의 출자전환 의결로 SK그룹은 해체 위기에서 벗어나는 한편, 구속 중인 최태원 회장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11시간이라는 장시간의 이사회가 말해 주듯 SK측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SK사태는 이제 한 고비를 넘겼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SK(주) 이사회는 SK글로벌에 대한 지원을 '상업적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SK글로벌 청산에 따른 피해가 지원이 가져올 부담보다 더 크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시장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우선 관건이다.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부실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자는 것이다. 자칫 다른 계열사까지 부실화시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사회의 결정이 개혁의지 후퇴로 비쳐 국제적인 신인도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SK(주)의 1대 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 등 외국계 주주와 소액주주연합회,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해외 채권단의 태도도 미지수다.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큰 변수인 것이다. SK글로벌이 파산할 경우 그룹 뿐 아니라 금융시장, 더 나아가 국가경제 전반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SK측은 이런 점을 주주 노조 등에 잘 설명해 이해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이제 공은 SK측에 넘어갔다. 그룹 차원의 철저한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추락한 신뢰성을 다시 회복하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SK가 과연 그 같은 의지가 있는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뼈를 깎는 자성과 실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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