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많은 사람들이 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너무나 자주 말을 바꾸고 소신에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오히려 요즘의 일들을 보면 그 분들이 얼마나 일관성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그 동안 어리석었던 나는 뒤늦게나마 이 분들이 그 동안 우리 국민에게 그토록 일관성있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다.그것은 바로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에게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든가, 소신이 있어야 한다든가 아니면 국민과의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는 잘못된 기존 관념에서 하루 빨리 우리가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장관이나 국회의원은 국민들에게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지금의 새로운 시대에는 맞지 않는 구시대적 관념인 모양이다.
그렇다. 맞다. 이들 선각자들이 이토록 힘들게 깨우쳐주기 전까지 적어도 수 십년 동안 우리는 너무나 경직된 생각들을 많이 해왔다. 예를 들면 예식장에 갈 때는 정장을 해야 한다든가, 주요 행사 때는 태극기를 바라 보고 경례를 한다든가 또는 운전할 때는 빨간 신호등에 정지해야 한다든가 하는 것이다.
사실 그 분들이 요즘 우리에게 일부러 알려주기 전까지는 이러한 낡은 관습이 국민들에게 지키기 힘든 도덕을 강요하여 정권을 유지하려 했던 과거 독재 정권의 잔재라는 사실을 몰랐다. 가령 중·고교에 다닐 때 조회시간마다 애국가를 부르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던 것이나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던 것도 이제 알고 보니 정통성이 없는 군사독재정권의 음흉한 음모였던 것이다.
그 분들은 지금도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고루한 관념들을 깨뜨리기 위해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간 깊은 뜻을 쉽게 알 수가 없었지만 이제야 깨달음을 얻게 된 나는 매우 마음이 가볍다.
나는 그 동안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어서 매일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누구든지 내 차에 불법주차 스티커를 붙이려 한다면, 나는 도로에서 주차를 할 때는 오직 미리 정해진 구역에만 해야 한다는 주차 단속원의 낡은 생각을 깨우쳐 줄 참이다. 요새 높은 사람들이 그토록 힘주어 말하는 새 시대의 메시지를 부디 주차 단속원들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할 텐데….
김 형 진 국제법률대학원 교수 미국변호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