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한드로 톨레도(57·사진) 페루 대통령이 서글픈 처지가 됐다.페루 의회는 12일 톨레도 대통령이 졸업식 연설차 모교인 미국 스탠퍼드대학을 방문하는 데 대해 자비로 가도록 결의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은 물론 수행원들의 여행 경비도 대통령 자신이 부담하게 됐다.
이어 13일에는 하비에르 실바 루에테 재무장관이 라디오 방송에 나와 "입법을 통해 대통령과 고위 공무원들의 월급을 깎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액수는 말하지 않았지만 현재 월급 8,400달러(약 1,000만 원)에서 30% 정도 삭감될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3년째에 최악의 상황을 맞은 톨레도 대통령의 처지를 상징하는 삽화라고 할 수 있다.
2001년 7월 가난한 인디오 원주민 출신으로 빈민층과 도시 지식인 계층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된 그는 그동안 경제와 정치개혁을 화두로 삼아 달려왔지만 되는 일이 별로 없었다.
이익집단들의 첨예한 이해갈등으로 개혁 정책은 표류하고 있으며, 파업과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국정은 극히 불안한 상태이다. 지난달 말에는 파업 확산을 막기 위해 30일간의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정치평론가들은 그가 개혁을 관철시키지 못하면서도 지지층으로부터 버림받고 있는 최악의 상태라고 지적했다. 집권 초 80%가 넘었던 지지율은 최근 14%까지 곤두박질쳤다. 개혁정책을 실천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2%는 중남미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다. 경기회복세와 환율 등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결코 실패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원주민들도 아직은 "톨레도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믿고 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