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즈가 크면 머리가 좋은가여자의 뇌는 남자에 비해 약 10% 정도 크기가 작다. 남자의 뇌는 여자보다 클 뿐 아니라 무겁다. 키가 같은 남녀의 뇌를 비교한 결과 남자의 뇌는 여자보다 100g 정도 무거웠다.
1세기 전만 해도 남자의 뇌가 여자보다 크다는 사실은 여자가 남자보다 머리가 좋지 못하다는 증거로 인용되곤 했다. 그러나 서울대의대 약리학과 서유헌 교수는 "머리 크기나 무게가 지적 능력을 좌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라고 말한다. 뇌의 무게나 크기가 뇌기능의 차이를 설명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돌처럼 무거운 머리라는 '석두' 라는 표현은 결코 머리 좋은 사람을 지칭하지 않는다.
남자보다 발달한 여자의 뇌량(腦樑)
인간의 뇌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뇌는 언어·감정·기억·지능 등 인간의 정신활동을 담당한다. 대뇌를 이루는 오른쪽과 왼쪽 반구는 약 3억 개의 신경세포 섬유들로 구성된 뇌량에 의해 연결된다. 서유헌 교수는 "뇌의 오른쪽과 왼쪽 반구의 의사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두꺼운 신경망인 뇌량(뇌의 다리)은 여자가 훨씬 발달해 있다"고 말했다. 여자는 오른쪽 뇌와 왼쪽 뇌를 연결하는 커다란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는 뇌량이 남자보다 약 10%쯤 더 두텁고 넓은 것이다.
언어 판단 기억과 연결돼 있는 대뇌의 외피를 구성하는 신경세포 역시 여자에서 훨씬 빽빽하게 밀집돼 있다. 서 교수는 "뇌의 수초화도 30대까지는 여자가 남자보다 20∼30% 정도 더 잘 된다"고 말했다. 수초란 신경섬유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피막. 뇌의 수초는 일종의 절연체 구실을 하는데, 피복돼 있을 때 뇌의 기능도 빨리 진행되는 것이다. 전선이 노출돼, 탈 수초화가 진행되면, 다발성 경화증 등 병이 생기게 된다.
여자가 감정이 풍부한 이유
여자와 남자는 수학문제를 풀 때나 심지어 자동차 키를 어디에 두었나 기억해낼 때 서로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연구팀은 남자와 여자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진단을 통해, 뇌의 반응을 비교했다. 조사 결과 남자는 아주 특정한 영역에서만 반응을 보였지만, 여자는 공간적인 업무, 언어적인 업무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반응을 보였다. 남자의 뇌활동은 일부 부위에 집중돼 있었으나 여자에서는 여러 부위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다.
특히 남자는 공간테스트에서 우수했고, 반면 여자는 언어영역에서 뛰어났다. 서유헌 교수는 "여자는 뇌의 좌우를 모두 쓰는데 비해, 남자는 주로 왼쪽 뇌를 많이 쓴다"고 말한다.
뇌의 왼쪽은 '공부하는 뇌' 로 논리적 분석적 계산적 언어적 기능을 담당한다. 실제로 남자들은 공간 감각이나 입체 파악 능력에 있어서 여자보다 빼어나다.
여자의 언어 중추는 뇌의 양쪽에 흩어져 있다. 뇌의 오른쪽은 감정을 이해하는데 쓰이므로 여자들은 철자를 하나 머리 속에서 떠올릴 때도 감정과 경험을 동원해 언어구사를 한다. 뇌의 오른쪽 반구, 즉 비논리적이나 이미지적, 정서적, 음악적인 뇌를 동원해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므로 훨씬 뛰어난 언어구사 능력을 보이는 것이다. 여자는 아기를 달래고 교육시키고 훈련시키는 데도 여자 특유의 언어적 감정적 기술을 사용한다. 언어를 배우는 단계인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교사 대부분이 여자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반드시 우려할 일은 아닌 것이다.
한편 왼쪽 뇌를 주로 사용하는 남자들은 뇌의 좌우 양쪽을 모두 사용하는 여자에 비해 뇌손상에서 더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남자들은 왼쪽 대뇌 손상 후 실어증 같은 언어장애가 여자보다 훨씬 흔하게 발생한다.
전체 뇌를 효율적으로 쓰므로 대체로 여자들은 모든 종류의 정보를 동시에 흡수하고 분석할 수 있다. 멀티태스킹에 뛰어나다는 의미이다. 반면 남자는 한번에 한가지씩 처리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
남녀 차는 엄마의 자궁에서부터
과학자들은 엄마의 자궁에서부터 뇌의 남녀 차는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처음엔 동일하던 태아의 뇌는 9주가 지나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남아에서 확 올라간다. 남자의 몸을 만들 뿐 아니라, 뇌까지도 남자만의 것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뉴저지 로버트 우드 존슨의과대팀은 한 살 짜리 아기의 남녀 차를 관찰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 앞에 장애물을 설치했더니, 남아와 여아는 장애물 통과에 아주 다른 전략을 사용했다. 남아는 장애물을 기어올라 엄마에게 끙끙대며 도착했지만, 여아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해 난관을 극복했다. 흥미로운 점은 남의 도움을 받았던 여아가 남아보다 훨씬 빨리 엄마에게 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빨리 성숙하고, 노화하는 여자의 뇌
여자의 뇌는 남자에 비해 빨리 성숙한다. 초등학교 여자 어린이들은 확실히 학업 성취도에서 남자 어린이를 앞선다. 여아들은 거의 모든 과목에서, 심지어 수학에서조차 뛰어나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소년들은 남성호르몬 분비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수학과 공간 능력이 극적으로 발전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보고는 여자의 언어 능력은 에스트로겐 수치가 피크를 이루는 월경기간 중 갑자기 풍부해진다고 한다. 이런 능력 차는 직업선택에서도 영향을 미쳐 건축이나 기계분야에서는 남자의 비율이 80∼90%나 된다. 반면 언어치료사는 대부분 여자이다. 초등학교와 유치원 교사도 대부분 여자이다. 물론 뇌의 태생적 차이를 과도하게 강조, 개인의 적성을 무시하고, 직업 선택에서 남녀 차만을 강조하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서 교수는 "뇌의 성장에 후천적 영향이 훨씬 크다는 점을 명심하라" 면서 "적절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지않으면, 즉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에만 종사하면 30세 이후 뇌 회로는 발달을 멈추게 된다"고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뇌는 위나 간처럼 생긴 그대로, 고정된 우리 몸의 기관으로 인식됐으나, 최근 우리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남녀 차보다 우리 뇌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환경인 것이다.
yjsong@hk.co.kr
■ 뇌기능 퇴화 막으려면… 지적 자극을 즐겨라
서울대의대 약리학과 서유헌(한국뇌학회 회장·사진)교수는 뇌기능의 쇠퇴나 치매를 막으려면 어린 시절 못지않게 성인이 돼서도 끊임없이 지적 자극에 노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뇌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방법을 서교수로부터 들어본다.
1.다양한 취미생활을 가져라. 할머니들은 화투만 치지 말라. 카드도 하고 윷도 놀아라. 강 산 나라 이름 등을 매일 100개 이상 암기하는 놀이도 좋다. 죽은 신경세포는 다시 살아날 수 없으나, 뇌신경세포는 훈련을 통해 근육처럼 커질 수 있다.
2.하루 20∼30분은 책 읽는데 투자하라. 남 욕하는데 시간 허비하지 말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이야기하거나, 글로 써 지식의 뇌를 골고루 발달시켜라. 음악, 미술 감상을 통해 감정의 뇌도 함께 발달시킨다.
3.늘 똑같은 일만 반복하지 말라. 이제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취미 생활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라. 새로운 경험에 뇌는 더 큰 자극을 받게 된다. 지적 자극은 뇌기능의 쇠퇴를 막을 수 있다.
4.한번에 한가지 씩만 생각하라. 공부를 하면서 수많은 잡념을 동시에 할 경우 효과가 없듯, 뇌는 두 세가지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오면 강한 내용만 입력될 뿐이다. 하나씩 들어오면 100% 입력된다.
5.뭔가를 쓰고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라. 일기 쓰는 습관을 권한다. 단 몇 줄이라고 좋다.
6.신체적 운동을 활발히 하라. 나이가 들수록 편하게 가만히 있는 자세보다 머슴처럼 열심히 일하는 것이 두뇌발달과 장수에 좋다.
7.배우려는 의욕을 나이가 들어서도 포기하지 말라. 컴퓨터나 어학 악기 배우기 등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우리의 뇌는 집중하게 되고, 다시 깨어나게 된다. 또 뇌의 노화방지에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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