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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의 야구 불문율]투수의 생명은 컨트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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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의 야구 불문율]투수의 생명은 컨트롤이다

입력
2003.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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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을 17개나 잡았나."(감독) "리그 신기록입니다."(코치) "그런데 볼넷도 17개나 내줬군." "네. 그것도 리그최다볼넷기록입니다."(코치)1950년대 미국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스티브 달코스키의 데뷔전이 끝난후 감독과 코치가 주고받은 유명한 대화 한토막이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마이너리그팀에서 주로 뛰었던 달코스키는 미국프로야구사상 가장 빠른 볼을 던진 투수중 한명이다. 달코스키는 50년대에 시속 100마일(약 160㎞)짜리 직구를 예사로 던져 단연 화제의 인물로 부각됐다.

얼마나 빠른 볼을 구사했던지 군(軍)이 나서 그의 구속을 측정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널리 사용되고 있는 스피드건이 없었던 터라 비교적 첨단장비를 보유하고 있던 군까지 동원됐던 것이다. 당시 군의 첨단장비에 기록된 달코스키의 최고구속은 무려 104마일(약 166㎞)에 달했다. 물론 당시 측정장비가 요즘 쓰고 있는 스피드건보다 정확성이 많이 떨어져 과대포장됐을 가능성도 많지만 대단한 강속구투수였던 것은 분명하다.

더블 A팀에서 달코스키를 가르쳤던 얼 위버감독은 "들쭉 날쭉한 볼을 던지다가 컨트롤이 잡힐때면 그는 단연 우리팀의 스타였다.상대팀 타자들이 그의 볼을 거의 손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달코키스는 9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후 은퇴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번도 뛰지 못했던 그가 총알 같은 직구를 던지면서도 꽃을 피우지 못한 것은 제구력때문이었다. 이제 메이저리그 골수팬이나 전문가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존재가 됐지만 달코스키가 '컨트롤'이라는 숙제를 풀었다면 놀란 라이언이나 샌디 쿠팩스 같은 전설적인 선수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컨트롤이다"고 대답한다. 일반팬들중에는 컨트롤을 스트라이크존에 볼을 던지는 능력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컨트롤은 힘을 집중, 던지고 싶은 코스에 볼을 넣는 것을 말한다. 좋은 투수일수록 이런 능력이 뛰어나다.

국내에서도 달코스키처럼 불 같은 직구를 던지면서도 일찍 그라운드를 떠난 선수들이 적지 않다. 대다수는 타고난 볼스피드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연습으로 컨트롤을 향상시키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재주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그런 능력을 적절하게 제어할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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