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흥은행 노조의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정, '법과 원칙'에 따른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나서 노·정간 정면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조흥은행 노조가 '전산 마비'를 파업투쟁의 핵심전술로 상정, 고객 1,000만명의 금융거래가 전면 중단될 위험이 높은 데다, 한국노총이 강경한 연대투쟁을 다짐하고 나서 조흥은행 사태는 향후 노동계 하투(夏鬪)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A9·B1면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6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조흥은행 노조의 반대나 불법 파업 때문에 매각이 지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가능한 한 6월 중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다. 예금보험공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조흥은행 매각이 이르면 금주내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 매각작업이 급진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부총리는 "노조 주장대로 분산 매각하면 현 주가 대비 10% 이상 할인해야 하기 때문에 공적자금 회수 규모가 1조원 이상 줄어들고 민영화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는 한편, 고객의 불편이 없도록 전산센터 등 핵심시설을 철저히 보호하고 대체인력을 준비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강경대응으로 선회한 것은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 대형 노사분규까지 가세할 경우 경제 불안심리가 확산돼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 전망이 수포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또 "구조조정은 임금이나 근로조건 등 노조 활동의 영역과 무관한 것으로 매각 후에도 강제적인 인원조정 계획이 없을 것임을 신한지주 측이 제시했다"며 "조흥은행 직원의 고용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해 매각조건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흥은행 홍석주(洪錫柱) 행장도 담화문을 내고 "정부가 지분의 80%를 보유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에서 대주주인 정부의 지분매각 절차는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며 "고객과 조직, 우리 스스로의 보호를 위해 책임 있게 행동해 달라"고 파업자제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조흥은행 노조는 매각을 강행할 경우 금융노련, 한국노총 등과 연대해 전산센터 점거 등 극한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어서 물류대란에 버금가는 금융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노조는 이날 전직원 8,000여명 가운데 부장급을 제외한 7,224명의 사표를 거둬 청와대에 제출하려다 경찰 제지로 실패했다. 노조는 17일 삭발식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투쟁수위를 높여 25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노총 산하 전조직이 30일 총파업 투쟁에 들어가는 등 이번 파업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강도가 높을 것"이라며 "정부가 일괄매각을 강행할 경우 현 정권은 향후 5년간 노동계와 극단적인 대치 속에 지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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