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 복원사업과 함께 고물시장이 있는 황학동도 재개발된다고 한다. 10여년 전에 황학동에 처음 갔을 때 그곳에 배어 있는 진한 사람 냄새가 참 좋았었다.물건마다 사람 손때가 반지르르하게 묻은 그곳을 누가 고물시장이라고 말했을까. 딸과 함께 그곳을 찾았을 때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또 하나의 추억이 세상 뒷편으로 사라진다는 생각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사하고 나서 제일 반가웠던 것은 근처에 아주 큰 재래시장이 있다는 것이었다. 어릴 적 집 근처에 있던 재래시장으로 엄마와 손잡고 매일 장보고 간 것만큼 즐겁고 신나는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시장에 가면 왜 그리 신기한 것이 많은지. 건어물 가게에 걸려있던 듣도 보도 못한 말린 생선과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있는 무섭게 생긴 아귀와 길쭉하거나 납작하거나 통통한 생선사이로 펄펄 살아 숨쉬는 게와 미꾸라지, 오징어, 곰장어(먹장어) 등등. 반질반질 예쁜 신발과 옷들이 다음에 사주겠다고 약속하는 엄마 말에 아쉬워하기도 했다.
지금 동네 근처 재래시장의 모습은 어린 시절 보았던 시장과 그리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6살짜리 둘째 아이도 시장보다는 슈퍼마켓이나 대형 할인마트에 가는 것이 더 익숙하고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했다.
그래서 일부러 아이들과 2주에 한 번 정도 재래시장에서 장을 본다. 아이들은 에스컬레이터도 없이 힘들게 걸어 다녀야 하는 것도 싫고 에어컨도 없이 땡볕 아래 더위와 함께 다녀야 하는 것도, 비가 오면 우산들고 시장 보러 가야 하는 것도 너무 귀찮고 힘들다고 했다. 또 시장에서는 자신들이 살 물건이 별로 없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대형마트에서 볼 수 없는 신기한 물건을 보는 즐거움, 값도 흥정하며 느끼는 인간미 등을 아이들도 언제쯤 느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추억과 정성과 생명이 깃든 재래시장에 아이들과 손잡고 한번 방문해 그 속에 깃든 다양한 삶의 향기를 맡아보면 어떨까.
/홍준희·인터넷학부모공동체 '마음에 드는 학교'대표
● 재래시장
황학동 벼룩시장
경동시장 www.e-kdm.co.kr
남대문 시장 www.namdaemunmarket.co.kr
노량진수산시장 www.susansijang.co.kr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 www.market.affis.net
부산자갈치시장 www.jagalchimarke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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