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홀로 서기'를 위한 한국은행법 개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한은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시작됐다.국회 재경위는 16일 오후 여·야 국회의원 126명이 의원입법으로 제출한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 첫 공청회를 열고 한은과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들었다.
한은법 개정안의 골자는 한은 부총재를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으로 임명, 7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을 한은이 추천토록 하고 재경부의 한은 예산 승인제를 폐지하는 한편 한은에 금융기관 단독 검사권을 허용하는 것 등이다. 한 마디로 통화정책과 예산에 대한 정부의 입김을 없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한은은 "국회가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며 환영하고 있지만, 재경부는 "모든 권한을 넘겨줄 정도로 한은 직원들의 자질과 책임감, 노하우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어 개정안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날 공청회에서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개정안대로라면 금통위가 한은 집행부의 의사에 좌우돼 통화정책의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 국장은 정부의 예산 승인권 폐지에 대해서도 "방만한 예산 운용을 가져 온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한은의 단독 검사권도 피검기관에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강상백 금감원 부원장보도 "현재 한은은 필요시 금감원에 공동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며 "한은에 단독검사권을 주는 것은 감독체계의 혼란과 감독 책임소재의 불분명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수용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규영 한은 부총재보는 "지금까지 금통위원에 대한 민간단체 추천권은 사실상 재경부의 입김에 휘둘려온 게 사실"이라며 "한은 부총재가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참여해 정책 결정과 집행간 연계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전광우 우리금융그룹 부회장은 "한은이 별도의 단독검사권을 행사한다면 금융기관 입장에선 매우 큰 부담이 추가되는 것"이라며 현행 검사체계의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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