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은 매달 14일마다 있는 기념일 중 하나인 '키스 데이'였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먹서먹한 커플이라면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키스할 날까지 지정해 주다니 고맙군" 하는 마음으로 그 날을 맞았을 것이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에게 "6월14일이 무슨 날?"이란 질문을 했다가 면박을 당해야 했던 저주 받은(?) 솔로에게 4월에 먹었던 자장면과 5월에 먹었던 카레가 미처 소화되기도 전에 한번 더 염장이 뒤틀려야 했던 날이다.'키스 데이'는 5월14일 '로즈 데이' 때 장미를 주고받은 연인들이 키스를 나누는 날이라고 한다. 사실 몇 해 전만 해도 발렌타인 데이(2월14일)나 화이트 데이(3월14일)가 아닌 이상 14일에 특별히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매달 14일마다 기념일이 생겨나고 있다. 그 유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이런 기념일은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업계의 마케팅과 빠르게 유행을 만들어내는 인터넷 덕분에 해마다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특별한 이벤트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커플이 아닌 사람들이 느껴야 하는 소외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크리스마스 이브 같은 날에만 이불 속에서 TV 채널을 돌리며 눈 질끈 감고 하루가 빨리 지나가길 기다리면 됐지만, 이젠 적어도 한 달에 한번은 정기적으로 스스로가 솔로임을 자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젊은 세대에게 "단오가 언제인지도 모르면서 국적불명의 상업적 기념일에 이벤트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 본들 편도선이나 붓게 될 뿐이다.
하지만 연인에게 언제 키스할까 노심초사할 필요 없이 적당한 장소와 멋진 분위기만 생각하면 된다는 '키스 데이' 같은 기념일이 모든 연인들에게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연인에 대한 사랑은 무슨 '데이'를 빌리지 않더라도 표현할수록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별 것 아닌 일로 다퉜다가 서로 화해할 기회를 엿보는 커플이나 마음을 표현하는 데 망설이는 커플한테 아마 이런 기념일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시류에 뒤쳐지지 않기를 바라는 젊은 세대라면, 모두가 키스를 나누는 날에 맞추어 꼭 키스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남들과 다르기를 바라는 세대적 특성과 모순되는 모습이 아닐까.
연인끼리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 이벤트가 필요하다면 분위기에 휩쓸리는 듯한 느낌의 유행성 기념일 보다는 둘 만의 추억이 담긴 기념일을 만드는 것이 훨씬 의미 있지 않을까. 물론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함께 하는 매일 매일이 특별한 날이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나는 '키스 데이'라는 지난 토요일 아무런 이벤트를 갖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그것 때문에 심사가 뒤틀려 이런 글을 썼다고 생각하지는 마시길!
/최수완 인터넷 소설가 swany.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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