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화 가치가 10%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할 경우 국내 제조업체의 영업이익이 연간 7조∼9조원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원·달러 환율은 4월초만해도 1,250원대에 머물다 하락세를 거듭, 이 달 들어서만 15원 이상 떨어지며 16일에는 달러 당 1,190원대로 주저앉아 국내기업의 수출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문우식 서울대 교수는 16일 한국은행이 개최한 '환율변동과 한국경제' 정책토론회에서 "원화 가치가 10% 오를 경우 1998년 이후 4년간 제조업 전체로 영업이익은 연간 7조∼9조원,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6∼2.2%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또 외환위기 당시인 98년 중 큰 폭의 원화 가치 하락(47.7%)이 영업이익에 미친 파급 효과는 그 해 제조업 전체 영업이익(25조6,000억원)을 상회하는 31조4,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 교수는 "이는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 및 수익성 개선 등의 자구노력 없이 환율상승 요인만으로 위기를 쉽게 극복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과 동조현상을 보이고 있어 가격경쟁력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특히 고정환율제를 택하고 있는 중국기업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충민 한양대 교수는 "83개 주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0% 이상이 원화 환율이 달러당 1,100원으로 내려가는 경우 수출 규모가 평균 5∼10% 감소할 것으로 응답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과 경쟁하는 제품들이 선진국과 경쟁하는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화 강세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나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제품일수록 원화절상의 부정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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