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훼손하는 도로 개설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교통난 해소를 위해 수도권 남부 지역에서 추진되는 도로 개설 사업이 난관에 부닥쳤다. 주민들이 생태계와 마을공동체 파괴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반대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도로는 제2의왕―과천고속화도로, 고기리―석수고속화도로, 수원―광명고속도로 등 모두 3개.
이 가운데 제2의왕―과천고속화도로는 두산건설이 민자제안 방식으로 건설키로 하고 내달 중 경기도에 제안서를 내기로 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화성시 봉담읍에서 의왕시 청계동 백운호수를 거쳐 과천에 이르는 왕복 6차로, 길이 18.5㎞의 도로로 2005년 착공, 2009년 완공된다. 기존 의왕―과천고속화도로의 오른쪽에 남북으로 길게 들어설 예정.
고기리―석수고속화도로는 용인시 고기리를 출발해 의왕시 청계동, 학의동을 거쳐 안양시 석수동에서 제2경인고속도로와 만나는 도로로 건설교통부와 경기도가 난개발 도시 용인의 교통난을 덜기 위해 개설을 추진중이다. 2007년 완공 예정.
수원―광명고속도로는 도심을 거치지 않고 두 지역을 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진하는 도로로 최근 건교부가 고려산업개발로부터 민간투자 제안서를 접수, 국토연구원 민간투자지원센터에 타당성 검토를 의뢰했다. 수원시 호매실동―광명시 소하동을 잇는 26.4㎞(4∼6차로)의 도로로 2005년 착공, 2009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들 도로는 수도권 남부의 교통난 해소를 명분으로 걸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잇단 조성으로 교통 체증이 극심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 하지만 도로가 들어서는 지역 주민들은 환경 훼손과 생활 터전의 파괴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제2의왕―과천고속화도로, 고기리―석수고속화도로가 동시에 지나는 의왕시 청계리 주민들은 "지금도 의왕―과천고속화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가 우리 마을을 지나고 있는데, 2개의 고속화도로가 추가로 건설되면 마을이 산산조각 쪼개져 공동체가 파괴될 것"이라며 "공사 중 발생할 소음과 먼지로 생활여건이 나빠지고 터널 굴착 등으로 백운호수등 자연 환경도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에 따라 최근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 도로 개설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키로 했다. 의왕시 의원 6명도 13일 "주민들이 재산 피해를 입고, 백운산의 자연환경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건설계획 백지화 촉구 건의문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제2의왕―과천고속화도로 건설 제안서가 아직 도에 정식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뭐라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현재 4차로인 의왕―과천고속화도로를 8차로로 확장하는 또 다른 계획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제2의왕―과천고속화도로를 꼭 건설해야할 지 추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수원―광명고속도로 역시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에 직면해있다. 특히 경기 남부의 명산 수리산 관통 1.7㎞ 구간에 터널 7곳, 교량 5곳이 설치될 예정이어서 산림이 잘리고 개천이 마르는 등 생태계 파괴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안양, 군포, 의왕환경운동연합과 군포YMCA 등 시민단체는 "수원―광명고속도로가 수리산을 통과하면 정난종, 정광필 선생 묘역 등 기념물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특히 천년 고찰인 수리사 인근 수암봉 구간에 4개의 터널이 집중 건설됨으로써 심각한 환경 파괴가 야기될 것"이라며 노선변경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책위를 구성, 공사 중단 투쟁을 불사할 방침이어서 자칫 서울외곽순환도로 '북한산터널공사중단사태'가 재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의왕시 초평동 주민들도 이 도로가 구봉산과, 도립생태공원으로 지정 예정인 왕송저수지를 관통함으로써 환경을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고속도로 초평동 통과반대 이유서'를 건교부에 냈다. 이에 대해 고려산업개발의 관계자는 "아직 노선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정확한 노선 선정을 위해 주민 여론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답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국토 면적의 20%도 안 되는 수도권에 인구의 45%가 모여 살다 보니 교통난이 심할 수 밖에 없다"며 "도로를 건설하되 주민 의견을 받아들여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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