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중구 충무로 W애견센터에서 200만원을 주고 애완견 시베리안 허스키를 산 고모(20)씨는 애견센터 주인을 사기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다. 1주일이 지나도 콧물이 멎지 않아 동물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니 치사율이 90%인 홍역으로 판명돼 치료비를 요구했지만 "보상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고씨는 "병든 애완견을 판매한 것은 명백히 애견센터의 잘못"이라며 "지금까지 병원에 들어간 돈만 100만원 가까이 되는데 보상규정에 애완견 치료비가 들어가지 않는 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애완견 폐사 피해 속출
애완견 사육 가정이 급증하면서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애완견이 갑자기 병에 걸려 죽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보상규정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해 한해 동안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애견 피해사례 232건 가운데 전염성 질병으로 인한 조기 폐사(평균 11.3일)는 126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파보바이러스(장염)에 의한 폐사가 96건이었고, 그중 44건은 서울 충무로 애견센터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과잉진단을 통한 동물병원의 과다 진료비 청구도 애견인들을 괴롭히는 사례. 지난달 23일 애완견 '로렉스'가 감기에 걸려 서울 강남의 한 동물병원을 찾았던 최모(30·여)씨는 종합검진이라는 명목으로 10만원을 냈다. 최씨는 "아무런 이유 없이 종합검진을 권유했다"며 "일반 감기 비용 1만원만 내면 충분할 것을 괜히 종합검진을 받게 한 뒤 비싸게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고 하소연했다.
현실과 괴리된 보상기준
그러나 애완견 관련 피해 보상기준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게 사실. 재정경제부가 지난해 12월 고시한 '애완견 판매 보상기준'에 따르면, '판매 후 1일 이내 질병이 발생하거나 3일 이내에 폐사할 경우에만 동종의 애완견으로 교환 또는 환불'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를 보면 폐사 등 대부분 피해는 애완견 구입후 10일이 지난 뒤부터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가 환불을 보장 받기란 힘든 실정이다. 또 보상기준에는 '구입 후 14일 이내에 질병이 발생한 경우 판매업소가 회복시켜 소비자에게 인도한다'고 돼 있지만 파보바이러스나 홍역 등의 잠복기는 최소 2주가 넘기 때문에 구입 즉시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해도 감염증세를 알아 낼 수 없어 피해는 순전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생활경제국 상품거래팀 선태현(41) 팀장은 "애완견을 판매할 경우 건강진단서 발부를 의무화하고 보상기간을 연장하는 등 판매와 보상기준을 강화시켜야 하고 동물병원의 진료비에 대한 세부 규정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김종한기자 j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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