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욱 늘어난 노무현 대통령의 말들에 대해 '대통령과 청와대의 독선적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13일 세무관서장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참모들이 심지어 신문을 보지 말라고 한다"면서 "신문을 보면 대통령이 열이 받치고 하루종일 높은 목소리로 지시를 하게 되고 분위기도 나빠지고 혹시 감정적인 결정을 내릴까봐 보지 말라고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신문을 안 보는 것이 어렵지만 요즘은 잘 안 본다"고 말했다.청와대 참모중 누가 어떤 상황과 배경에서 이런 조언을 했는지 분명치 않다. 그러나 당장 '벌써부터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강조해온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는 기본적으로 언론과 권력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는데도 '아예 보지 않고 따로따로 가자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깊은 불신감을 갖고 있는 언론과의 관계는 그렇다 치고, 청와대 내의 언로(言路)는 트여 있는지, 청와대의 자체 비판 기능이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언론을 믿지 않겠다면 청와대 내에 '건강한 비판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노 대통령과의 코드만이 중시되고 있다는 얘기다.
다소 코드가 덜 맞는 직원 사이에 냉소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의 발언 등이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왜 말을 저렇게 쉽게 하는지 모르겠다", "말을 못하게 할 수도 없고 참 걱정이다"라는 등의 얘기가 흘러다닌다. '재봉틀''접착제'등의 자극적인 단어가 동원되기도 한다.
심지어 386그룹 등 핵심 측근 사이에서도 "대통령이 잘못 가고 있으면 제대로 충언을 해야 하는데 극소수의 인사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독점하고 있다"고 얘기할 정도다. 노 대통령이 이런 현실을 모르는지, 또는 알고도 모르는 것처럼 하는지 분명치 않으나 여전히 '누가 뭐라고 해도 그대로 간다'고 말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최근 언급하고 있는 결정론도 독선적 행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노 대통령은 14, 15일 부산 지역 인사들을 초청, 식사를 함께 한 자리에서 "모든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며 "그러나 어떤 강도 직선으로 흘러가는 강은 없다"고 '자연의 섭리'를 예로 든 결정론을 펼쳤다.
많은 역경을 딛고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고통이 있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결정론인데, 이것이 어떠한 비판도 허용치 않고 또 개의치 않겠다는 뜻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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