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역사스페셜'을 폐지하고, '인물 현대사'(1TV 금 밤 10시·27일 첫 방송)를 신설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정치적 음모론'까지 거론된다. 비판에는 '역사스페셜' 팬의 순수한 애정도 섞여 있지만, 핵심은 지난해 대선 당시 '노사모' 핵심 멤버로 활약한 영화배우 문성근(50·사진)씨가 '인물 현대사'의 진행을 맡는 데 대한 반감과 '편향' 우려이다. 한나라당도 15일 부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문씨가 진행자로 선정된 것을 비난했다.문씨는 이런 비난에 대해 "정치적 견해를 밝혔다고 해서 본업 복귀를 막는다면 성숙한 사회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진행을 맡게 된 경위와 숱한 비판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다.
-'인물 현대사' 진행은 어떻게 맡게 됐나.
"2월에 이원군 당시 교양국장(현 편성본부장), 장해랑 CP(사장 비서실장)와 만나 제의를 받았다. 관심이 많은 분야여서 받아들였다. 3월에 '사장 선임이 늦어져 부사장 결재를 받았다'고 들었다. 정연주 사장 취임 전에 결정된 일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로 복귀한다고 알려졌는데.
"SBS측에서 선거가 끝나면 다시 맡아달라고 했다. 후임 진행자인 정진영씨도 '형이 다시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후배 자리를 뺏으려 한다는 엉뚱한 오해를 사게 돼 포기했다."
― '역사스페셜' 폐지가 자신에 대한 고려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가.
"어떤 프로를 없애고, 신설하는 것은 전적으로 방송사 판단이다. 지난달 제작진과 MT를 갔을 때 '역사스페셜'이 없어진다는 말을 듣고 또 오해 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같은 제목을 쓰거나 같은 시간대라면 진행을 맡을 수 없다고 했다. 제작진은 '완전히 별도 프로인데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며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정치적 색깔이 뚜렷한 사람이 현대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제작 과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PD와 작가들이 만든 대본을 나는 그저 '딜리버리' 또는 '프리젠테이션' 하는 것인데 왜 문제가 되는가. 나는 10여년 간 방송을 해온 방송인이자 영화·연극인이다. 정치에 적극 참여해 발언해야 하는 시민의 의무를 다한 것 때문에 생업이 지장 받는다면 민주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정연주 사장이 나에 대한 논란과 관련,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자 백악관 홍보실장을 지낸 스테파노플러스가 퇴임 후 abc방송의 시사 토크쇼 'This Week'의 진행자로 활동한 예를 소개했다고 들었다. "
―진행자에 대한 반감이 프로에 대한 평가를 왜곡할 수도 있지 않나.
"탤런트 김인문씨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가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지만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정치적 견해에 따라 사람을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면 그만 둘 수도 있나.
"KBS가 결정을 바꾸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다. 부끄러운 일을 한 적 없다. 방송을 그만두라면 정치를 하라는 얘기인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노사모' 활동을 하면서 선거가 끝나면 본업인 방송과 영화로 돌아가겠다고 수없이 말했고, 약속을 지켰다. 제발 나를 정치로 내몰지 말라. "
―방송이 현대사를 다루기는 쉽지 않을 텐데.
"이 사회를 규정하는 것은 전체 역사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조선 말기 이후 100년의 역사이다. 그 동안 교육 과정에서 너무 소홀히 다뤘다. 현대사를 내놓고 다루는 것이 금기처럼 여겨져 왔지만 그걸 깨야 한다."
―'그것이…'와는 진행 방식이 달라야 하지 않나.
"물론이다. '그것이…'가 고발장이라면 '인물 현대사'는 에세이에 가깝다. 강력한 전달력이 필요한 '그것이…'보다는 목소리를 낮춰 차분한 분위기로 이끌 생각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사진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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