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하교 길에 학교 앞에서 갓 깨어난 귀여운 메추리 새끼 2마리를 사왔다. 아이들은 커다란 빈 상자에 메추리 새끼를 넣어 놓고 모이와 물을 주는 등 갖은 정성을 보였다. 밤 늦게까지 잠자리에 들 생각도 하지 않고 들여다 보더니 다음날 아침에도 일어나자마자 메추리 새끼들에게 달려가 좋아라 했다.그런데 그날 저녁 퇴근해보니 아침까지만 해도 메추리 새끼들에게 매달려 있던 아이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상자를 들여다 보니 한 마리는 이미 죽어 있었고 나머지 한 마리도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모든 생명체는 한번 태어나면 죽는 것이라고 위로하며 땅에 곱게 묻어주라고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몇 푼 안 되는 용돈으로 메추리를 사서 잘 길러 보겠다던 아이들이 메추리의 죽음을 보고 어린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아이들 손에서는 하루도 살기가 힘들 메추리 새끼를, 그것도 학교 앞에서 버젓이 판매하고 기르는 데 아무 주의조차 주지 않은 어른들의 무심한 상술도 원망스러웠다. 그런 어른들 때문에 자라나는 동심이 상처를 입는 것은 아닐까 염려된다.
/조향제·경남 창원시 상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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