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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김 전대통령 특검조사 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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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김 전대통령 특검조사 응해야

입력
2003.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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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모두가 착잡한 심정으로 6·15 남북 공동선언3주년을 맞았다. 3년 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남북의 정상이 손을 맞잡을 때, 만감이 교차하는 벅찬 눈물을 흘렸던 사람들은 씁쓸하게 오늘의 남북사태를 바라보고 있다.김대중 전대통령은 6·15 특별회견에서 "최근의 한반도 위기에는 북한측의 책임이 크다. 북한과 잘 하겠다는 사람들을 궁지에 몰고 북한에 반대한 강경세력에는 구실을 줬다"고 말했다. 그의 안타까움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뿐 아니라 김대중 전대통령에 대해서도 유감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는 왜 재임 중에는 북측의 책임을 묻지 않았나. 그는 어떤 사태가 벌어져도 한사코 북측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북은 항상 기고만장했고, 남한의 여론은 분열됐다. 북측에 퍼주기만 하고 왜 할 말을 못하느냐는 불만이 팽배했다.

햇볕정책 지지자들은 북측의 '말썽'으로 햇볕정책이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변함없이 대통령을 성원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구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았다. 그런 불만을 앞세우지 않았던 것은 찬반 양론이 거세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햇볕정책에 힘을 모아 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김 전대통령은 "북한과 잘 하겠다는 사람들을 궁지에 몰고…"라고 말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금 가장 궁지에 몰려있는 것은 그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던 사람들이다. 햇볕정책 이외의 대안은 없다, 북한이 변화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대통령을 성원했던 사람들은 차츰 대북 송금의 전모가 드러나자 할 말을 잃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거액의 밀거래가 있었다면 3년 전 흘린 국민의 눈물은 '속아서 흘린 눈물'이다. '돈을 받고 만나 준 회담'이라면 출발부터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인데 우리는 남북관계의 새 장이 열릴 것이라는 벅찬 희망을 품었다. 북한은 돈을 기대했고, 우리는 평화를 기대한 꼴이다.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성역이 아니다. 대통령의 결단이 일일이 사법적 심사 대상이 되면 어떻게 소신껏 국정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주장은 틀렸다. 통치행위는 법치주의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한 것은 대통령의 결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회담의 대가로 국민 몰래 돈을 보냈다면 당연히 조사를 받아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밀거래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사고방식은 위험하다. 밀거래로 시작된 관계는 정상적인 관계가 될 수 없다. 6·15 공동선언 이후에도 북한은 크게 변하지 않았고, 남한은 계속 북에 끌려갔다. "밀거래로 코가 꿰었기 때문"이라는 비난에 변명하기 어렵게 됐다.

김영삼 정부의 재경부 장관을 지낸 강경식씨와 청와대 경제수석이던 김인호씨는 잘못된 정책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불렀다는 이유로 사법처리 됐다. 김대중 정부는 그러한 법원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 이제 와서 "통치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대통령의 결단은 장관의 결단과 달리 초법적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김 전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 수사와 관련 "국가에 헌신한 사람들이 부정과 비리가 없는데도 사법처리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기 보다는 "그 사람들은 대통령의 결단에 따른 것뿐이니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특검이 전직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은 정치적인 행위도 아니고 무례한 일도 아니다. 사법 조사에 응하는 것은 전직대통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다. 남북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고 있지만, 이 이상 어떤 악영향을 두려워 하는 건가. 북한의 반응이 두려워서 국민이 알아야 할 사실을 이대로 덮겠다는 건가.

김대중 전대통령은 남북관계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 업적을 지키려면 더 이상 '통치행위'란 주장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특검 조사에 응하여 자신의 결단을 변호해야 한다. 그것이 햇볕정책의 명예와 햇볕정책 지지자들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는 그의 마지막 선택이다.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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