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제보자를 끝까지 보호하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제 누명을 벗으려고 제보자를 법정에 세운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밀수범을 적발하고도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세관 당국에 제보자 신원를 밝히지 않아 "제보를 조작, 포상금을 가로챘다"는 혐의로 징계를 받은 세관 직원이 6년 만에 혐의를 벗었다. 서울고법 특별6부(이동흡 부장판사)는 15일 세관 직원 A(49)씨가 관세청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가 제보자 2명으로부터 "일부 수입업체들이 수입품 가격을 낮게 신고해 관세를 포탈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것은 1997년. 조사결과 제보는 사실로 드러났고, 제보자들에게는 총 1,700여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그러나 내부감사에서 두 제보자가 작성한 제보 신고서가 문제가 됐다. 당시 관세청은 제보자의 이름을 정확히 기재토록 했으나 A씨는 신원 보호를 원하는 제보자들의 요청에 따라 실제 제보자가 아닌 제보자 인척 등의 이름을 제보자란에 기재했던 것. 관세청과 검찰 조사가 이어지자 신고서 상의 제보자들은 인척인 실제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A씨가 신고서를 위조했으며, 계좌에 입금된 포상금도 A씨에게 줬다"고 허위 진술을 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A씨는 신고서 위조와 포상금 유용 혐의로 감봉 조치 등 내부 징계를 받았다. '포상금 유용자'라는 낙인을 견디다 못한 A씨는 법원 문을 두드렸지만 "신원은 혼자만 알고 있겠다"는 제보자와의 약속 때문에 1심에서 실제 제보자를 밝히지 않아 패소했고, 이 때문에 심한 심적 고통을 겪었다. 결국 A씨는 항소심 재판부에 실제 제보자를 말하고, 이들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포상금이 제대로 지급됐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A씨는 "밀수자 적발에는 제보가 생명"이라며 "현재는 세관 규정이 개정돼 신고서에 제보자를 쓰지 않아도 되니 안심하고 많은 제보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